테슬라 '건식 전극' 도입 초읽기에 K배터리 긴장

연말께 텍사스 공장에 적용
원가 30% 절감 가능하지만
"수율 잡기 어려워" 업계 의구심
양극재 기업은 판로확대 기대도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 생산 기술인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배터리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테슬라가 공정 혁신에도 나서자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연말께 미국 텍사스에 있는 4680(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에 건식 전극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건식 전극 기술을 통해 배터리 생산원가를 최대 30%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식 전극은 배터리 공정 혁신을 대표하는 기술로 꼽힌다. 지금의 습식 공정은 배터리 소재들을 액체용매와 함께 섞어 금속 위에 바른 뒤 건조하는 과정을 거쳐 배터리를 만든다. 공정이 복잡하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력과 시간이 든다. 반면 액체용매 사용과 건조 과정을 뺀 건식 공정은 설비투자 비용을 비롯해 전력, 시간, 인력 등을 모두 줄일 수 있다. 테슬라가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테슬라는 건식 공정으로 전환하면 생산비용을 연간 10억달러(약 1조4684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다만 건식 공정을 적용할 때 수율(완성된 양품의 비율)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은 여전하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2028년께 건식 전극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건식 전극이 어려운 건 액체용매 없인 배터리 품질을 일정하게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건식 공정을 도입하면 테슬라가 심각한 수율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의 예상을 깨고 테슬라가 혁신에 성공한다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개발한 4680 배터리를 넣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가격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건식 전극으로 배터리 생산원가를 크게 낮춘다면 사이버트럭 가격도 내려가 시장 파급력이 클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와 달리 국내 배터리 소재사는 테슬라의 건식 공정 도입 소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을 늘리면 테슬라에 양극재 등의 판로 확대가 가능해져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