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통폐합이 살길…M&A때 공정거래법 예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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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정부에 규제완화 건의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선 기업결합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복 사업을 합치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업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과세 이연 기간을 늘리고 전기요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건의도 제기됐다.
中과 맞서려면 중복사업 없애야
기업결합 유도할 인센티브 절실
LG화학 "올 투자 1조 이상 축소"
한국경제인협회는 주요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내용의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 긴급과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제출된 보고서는 △원가 부담·과세 완화 △경영 환경 개선 △고부가가치·저탄소 전환 지원 등 3개 분야로 구성됐다.
한경협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 통폐합 과정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국내 기업은 중국 기업과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범용 제품 부문에서 제품별 생산 공장을 주고받으며 사업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통합 기업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해당 분야 1위가 되면 기업결합을 금지하고 있다. 한경협은 사업 재편과 관련해 자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시점을 늦추는 양도소득세 과세 이연 기간 연장을 적용해주면 기업이 M&A 후 투자 여력을 키울 것으로 보고 해당 제도의 손질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보고서에 적었다. 석유화학산업은 전기 사용량이 많아 전체 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2% 정도다. 독일과 미국 등은 자국 제조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요금 감면을 추진 중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석유화학 제품을 저가로 수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이 같은 조치들이 취해지면 산업 구조 재편에 속도가 날 것”이라며 “정부의 결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국내 1위인 LG화학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당초 2조5000억~2조7000억원으로 계획된 올해 시설 투자액을 1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설 투자를 4조원대에서 2조~3조원대로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달 만에 투자 규모를 추가로 줄인 것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 후속 조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연구개발(R&D) 세제 혜택과 기술 개발 쪽에 국책 과제 등을 통해 (정부가) 협조해주는 부분이 여러 가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