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조한창 '각하'…탄핵 남용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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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재판관 의결정족수 지적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심판 과정에서 국회의 과반수 의결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더라도 원래 직위인 ‘국무총리’를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과 같은 정족수가 적용돼야 한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권한대행, 대통령과 같은 지위
정족수 151석 아닌 200석 필요"
다수의견은 "과반으로 소추 가능"
24일 헌재는 한 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하며 “국무총리에 대한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돼 적법하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여섯 명이 이 같은 다수 의견을 냈다. 국회 탄핵소추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한 총리는 작년 12월 27일 대통령 권한대행 중 최초로 탄핵소추됐다. 국회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가결했다. 헌법은 총리 탄핵 기준을 ‘재적 의원 300명 중 과반수(151석 찬성)’로 규정한다. 다만 여권을 중심으로 정족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민의힘 측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대통령 탄핵 요건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 찬성’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과반수가 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능일 뿐 대통령과 동일한 지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행자에게 예정된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지,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 창설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무총리와 권한대행이 별개 지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조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과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만큼 동일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12·3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을 강조한 가운데 이 두 재판관이 탄핵제도 남용을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탄핵제도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의결정족수를 권한대행 이전 직위를 기준으로 하면 국회 과반수 찬성만으로 권한대행 국무위원을 연속적으로 탄핵소추할 수 있고, 국정 마비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