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계엄 적법성 판단 안해…尹선고 힌트 없었다

尹선고 여전히 오리무중
재판관 의견 갈려 전원일치 힘들 듯

韓결정문에 '내란' 16번 언급에도
헌재 직접 판단·설명한 부분 없어

계엄 국무회의 적법했는지 등
尹탄핵선고와 상충 우려해
관련 내용 일체 언급 안한 듯

尹선고 4월로 넘어갈 가능성 커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재판관 의견이 ‘기각 5, 각하 2, 인용 1’로 갈리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국회는 앞서 한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하면서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묵인·방조했다’는 점을 5개 탄핵 사유의 하나로 제시했다. 법조계에선 이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나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일부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헌재는 24일 한 권한대행 탄핵 선고에서 비상계엄 적법성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정도의 결론만 내렸다.

◇계엄 적법성·내란 판단 안 한 헌재

헌법재판관 8명 중 각하 의견을 낸 2명을 제외한 6명은 이날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다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계획을 듣게 됐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 사건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한 헌재의 판단은 여기까지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적법했는지, 선포 전 국무회의가 실체를 갖춘 적법한 회의였는지에 대해선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결정문에는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쟁점에 관한 내용도 실리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 사건에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작성한 수사기록이 증거로 제출돼 일부 채택됐다. 하지만 헌재는 이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지도 따로 밝히지 않았다.

헌재는 ‘내란행위에 공모했다’는 한 권한대행 소추 의결서 내용에 대해서도 판단하지 않아 ‘내란죄 철회’ 논란 의중도 엿볼 수 없었다. 결정문엔 ‘내란’이란 단어가 16번 등장하긴 하지만, 헌재가 직접 판단하거나 설명한 부분은 없었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적법성의 사법적 판단을 비롯해 수사기록 증거 채택 등에 대한 최종 판단은 이르면 오는 28일이나 4월 초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은

법조계에선 한 권한대행 사건 선고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날 한 권한대행 탄핵 선고에서 재판관 8명 중 5명은 기각 의견을 냈고 1명은 인용, 2명은 각하 의견을 제시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5명 중에서도 보수 성향의 김복형 재판관은 한 권한대행의 5개 탄핵 사유에 대해 모두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네 갈래로 재판관 의견이 갈린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지연되면서 일각에선 국민 통합을 위해 전원일치 결론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많았으나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계엄 행위의 실체나 절차적 정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혹시라도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상계엄 위헌성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