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국내주식 455兆 보유…의결권 쥐락펴락하나
입력
수정
지면A3
막강 영향력…연금 사회주의 우려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의 적립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연금의 입김도 한층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국내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고려아연 주총서 캐스팅보트
기관투자 가이드라인 재정비 필요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1220조원인 국민연금 적립금은 연금 개혁을 통한 수입 확대 등 영향으로 2050년 약 35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2029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13%)을 단순 적용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은 2050년에 455조원으로 늘어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주식 목표 비중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국민연금은 현재 보유 국내 주식(139조원)에서 추가로 200조~250조원을 더 매입해야 한다”며 “다만 국민연금 주식 비중은 향후 국내외 거시 경제와 기업, 주식 시장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상장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금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국내 유망 기업 숫자가 증가하지 않을 경우 기존 종목의 보유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8년간 의결권을 행사한 주총 수는 연평균 786건으로, 안건 수는 ‘이사 및 감사 선임’, ‘정관 변경’, ‘보수 한도 승인’ 등 3181건이었다. 이 중 반대표를 행사한 비율은 17.2%였다.
최근 들어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기업의 주주총회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작년 8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반대’ 결정을 내렸으며, 올해 초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부담을 상쇄하는 차원에서라도 해외투자를 늘려가는 방향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민경진/김리안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