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선 정의선…31조원 투자보따리에 트럼프 '흐뭇'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 두 번째)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맨 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세 번째), 마크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맨 오른쪽)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24일 백악관에서 발표하고 있다. /백악관공동기자단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트럼프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틴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미국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과 나란히 서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면서 "이는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1986년 이후 2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50개 주 전체에 걸쳐 47만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 산업의 리더십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강화하게 되어 영광"이라면서 "조지아에 80억달러 규모 새로운 자동차공장을 열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서배나에 투자해 8500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은 2019년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이 대규모 프로젝트의 완공을 기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현대자동차의 최첨단 제조 시설 중 한 곳을 방문하여 미국과 미국 근로자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헌신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임직원과 지역사회에도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美서 첫 해외 쇳물생산

현대차그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앞으로 4년간 집행할 21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세부 내역에 대해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 63억 달러 등 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면서 루이지애나 지역에 건설하는 제철소 계획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정 회장은 "이 투자는 1300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내 자동차 공급망을 더 자립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루이지애자 제철소는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즈 사이 미시시피 강 인근에 지어질 예정이다. 현대제철의 첫 해외 쇳물 생산이다. 연간 생산량은 270만t 규모로 예정돼 있다. 전기로 방식으로 생산된다. 현대차그룹은 올초 한국경제신문의 보도 이후 해외 첫 제철소 건설을 미국 남부지역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은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트럼프 시대를 헤쳐갈 핵심 카드다.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피하면서 현지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계열사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기본적으로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의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사용되는 자동차용 강판에 집중할 예정이다.

26일 조지아 서배나주 공장 준공식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 부문에서 금주에 준공할 미국 내 '3호 공장'인 조지아주 서배너 소재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역량을 20만대 추가 증설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6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HMGMA 준공식을 가질 계획이다. 이 공장의 현재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또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에 앞서 단상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가 곧 매년 100만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모두 느끼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어메리카 퍼스트'이며, 현대라는 훌륭한 친구가 루이지애나에 투자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