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팔레스타인 감독 체포…자택서 집단 공격도

'노 아더 랜드' 감독 유발 아브라함
팔레스타인 주민 현실 담은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를 만든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이 2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자택에서 이스라엘군에 끌려가는 모습. /사진=AP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를 만든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이 2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자택에서 이스라엘군에 끌려가는 모습. /사진=AP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인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를 만든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이 2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자택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당한 뒤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노 아더 랜드'의 공동 감독으로 함께 이름을 올린 유발 아브라함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당하는 영상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발랄을 공격했고 이후 이스라엘 군인들이 그를 체포해갔다고 전했다.

아브라함은 글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발랄를 폭행했고, 발랄은 머리와 복부에 피를 흘리는 등 다쳤다"며 "그가 부른 구급차에 군인들이 난입했으며, 그를 끌고 갔다. 그 후로 그에 관한 소식은 없다"고 적었다.

발랄과 함께 '노 아더 랜드'를 제작한 공동 감독이자 팔레스타인 저널리스트인 바젤 아드라는 CNN에 이날 발랄의 연락을 받고 서안지구에 있는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한 남성이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 무리가 발랄의 집 밖에 있었고, 일부는 돌을 던지고 있었다고 했다. 아드라는 자신의 엑스에 "현재 발랄의 7살 아들과 함께 있다"며 "이것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워내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다큐멘터리 협회(IDA)는 이 공격에 "우리는 발랄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며 "그의 가족과 지역 사회에 그의 상태, 위치 및 구금의 정당성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AFP의 질의에 이스라엘군은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발랄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현실을 다뤘다. 팔레스타인 농부 출신인 발랄은 영화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집과 땅을 빼앗겠다는 위협에 시달렸던 자기 경험을 풀어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돼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이후 토론토, 벤쿠버, 뉴욕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면서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배급사를 찾지 못했고, 영화 제작자가 자체적으로 1월 31일 뉴욕, 2월 2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체 개봉해야 했다. 하지만 빼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이달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