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대차 관세 없다"지만…'국내 생산 수출 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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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차량 관세 부과 여부 여전히 모호
"중장기적으로 이익 될 것"

정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서 자동차와 부품,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준공식을 앞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늘리고, 현대제철 해외 1호 생산 거점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마련해 미국 내 완성차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 회장의 투자 발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철강을 만들고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미국에서 관세를 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해주겠다는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고 자동차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은 따로 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의 약 60%인 101만3931대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 중 최초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 관세 정책 영향에서 어느정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모든 관세가 4월2일에 발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많은 국가에 관세 유예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호 관세"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언제 발효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대통령 재량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현대차가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한국이 관세를 피하거나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중장기적으로 이익"...대미투자 늘린 현대차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이 늘면 그만큼 관세 영향에서 벗어나는 셈이라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 703만3000대 가운데 24.3%인 170만8293대가 미국에서 팔렸다.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에 신설할 공장에서 생산할 철강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외국산에 대해 25%의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해온 품목이다. 한국의 기존 무관세 대미 철강 수출 쿼터도 같은 날 폐지됐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자사 미국 내 공장에서 제조할 차량에 들어갈 철강을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해당 철강재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및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