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쑥개떡에 반한 러시아 학생들…중구서 韓 전통 체험

서울 중구가 러시아권 외국인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한복을 입고 봄철 제철 음식 만들기에 나서며 한국의 음식과 정서를 온몸으로 느꼈다.

중구는 지난 20일 오후 2시 광희동 주민센터에서 러시아권 학생과 학부모 등 34명이 참석한 가운데 ‘K-푸드 탐험대’ 요리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계절에 따른 재료 활용과 식문화의 철학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직접 쑥개떡과 불고기 봄나물 무침을 만들었다. 쑥, 봄나물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면서 한국 요리의 자연친화적인 철학과 계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중구는 음식 체험 외에도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했다. 참가자들은 중구의 명소를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하며 중구에 대한 지리적, 문화적 이해를 높였다. 이는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취지다.

언어 장벽 해소를 위해 행사 전 과정에는 러시아어 통역이 실시간으로 제공됐다. 또한 외국인 주민을 위한 입국·체류 정보, 생활 정보, 외국인지원시설 등을 러시아어로 정리한 전자책자도 QR코드 형태로 제공돼 큰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한 러시아권 학생은 “같이 음식을 만들면서 다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한국의 따뜻한 문화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중구에 대해 많이 알려주셔서 앞으로 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에는 지난달 기준 1만618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8.64%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 베트남에 이어 러시아 국적 외국인이 많은 편이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해 중구는 지난 1월 자치구 최초로 ‘외국인지원팀’을 신설했다. 중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이 원활히 지역에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갖추겠다는 취지다.

구 관계자는 “외국인 주민 역시 ‘내편중구’의 소중한 일원”이라며 “앞으로도 이들이 중구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중구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와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