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HEV가 불러낸 연료 효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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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의 토레스 하이브리드(HEV). /KG모빌리티 제공
KG모빌리티의 토레스 하이브리드(HEV). /KG모빌리티 제공
흔히 자동차 연비, 즉 효율 측정은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등이 공동 관리한다. 그러나 시험 기준은 동일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 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근거하는데 여기서 최근 관심을 끈 항목은 도심 연비다. 도심 주행 효율은 20~30℃ 온도 실내에서 진행된다. 내연기관은 42분 동안 최장 17.85㎞를 주행하고, 하이브리드카(HEV)는 57분 동안 24.14㎞를 달리는 방식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주정차도 한다. 배출되는 탄소를 계산해 효율을 산출하며 최종 도출된 결과가 ‘도심 연비’다.

도심 연비가 시선을 끈 이유는 KG모빌리티(KGM)의 토레스 HEV 때문이다. 제품을 내놓으며 도심에서 주행 시 94%까지 전기차(EV) 모드 구동을 강조한 게 발단이다. 전체 시험 거리 24.14㎞ 가운데 94%인 21.7㎞를 전기로만 주행했다는 의미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HEV의 도심 구간 전기 구동율이 75%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도심에서 효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시험 결과를 합친 복합 기준 효율은 두 차 모두 ℓ당 15.7㎞로 같다. 트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KGM이 HEV를 내놓으며 도심 효율을 내세운 이유는 승용차 운행 패턴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촘촘하게 짜여진 대중 교통은 이동 시간 감축에 유리하지만 여전히 승용차를 개인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시간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과 접촉 자가 이동은 여전히 자동차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HEV는 효율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고 KGM은 ‘94%’라는 숫자를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효율은 동일 조건 시험으로 숫자의 우열을 나눌 수 있지만 실제 운행에선 변수가 훨씬 많다. 운전 성향, 운전 습관, 물건 적재 여부는 물론 공기압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표시 효율 자체가 참고일 뿐 절대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효율을 표시하는 이유는 가급적 고효율 제품으로 구매를 유도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에너지 사용 절감이 곧 탄소 배출 감축인 까닭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험 조건이 필요했고 1973년 미국이 기업 평균 연비 제도(CAFE)를 도입하며 효율 시험도 시작됐다. 덕분에 제조사 간 제품의 효율 경쟁이 본격화됐고 그만큼 대당 에너지 소비 증가는 억제됐다.

한국은 1988년 승용차를 대상으로 미국의 효율 측정 방법을 도입하며 ‘공인연비’라는 명칭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공인’이라는 단어가 논란이 됐다.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체감한 연비와 공인연비의 격차가 컸던 탓이다. 말 그대로 연비는 참고사항인데 ‘공인’이 붙으니 운전자는 이를 ‘절대 숫자’로 여겼다. 논란 끝에 ‘공인’ 대신 고른 단어는 ‘표시’다. 그럼에도 체감 격차는 컸다. 미국과 한국의 도로 조건, 그리고 교통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2014년 도심, 고속도로 등을 합산한 복합연비제도가 도입된 이유다. 나아가 시험 때 에어컨을 켜고 전기차는 저온에서 히터를 작동시키는 등의 조건이 추가되며 최대한 실제 도로 연비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도록 조율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연비 시험 조건이 까다로운 나라가 됐지만 복합연비와 체감연비 격차는 가장 적은 국가가 됐다. 그래도 복합연비는 참고일 뿐이다. 운전 습관에 따라 효율 차이가 최대 30%에 이르니 말이다. 고효율을 체감하려면 운전 습관부터 바꾸라는 뜻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