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이 기획하고 임윤찬이 연주…통영의 밤이 뜨거워진다

3월 28일부터 4월 6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

올해 주제는 ‘내면으로의 여행'
아시아 초연작 대거 선보여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불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다. 지난해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 격인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거머쥔 작곡가 진은숙이 2022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내면으로의 여행(Journey Inwards)’이다. “음악을 통해 각자의 깊은 내면을 접하는 기회를 선사하고 싶다”는 진은숙 예술감독의 뜻이 담겼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도가 높다. 2024년 국제적 권위의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상주 연주자로 나서면서다. 일찌감치 매진된 임윤찬의 공연은 가장 저렴한 3만 원짜리 티켓이 정가의 10배를 웃도는 35만~50만 원대 ‘암표’가 되어 재판매 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외 아티스트 총출동…‘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연주

임윤찬이 참여하는 정식 공연은 두 개다. 오는 28일 개막 공연에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인다. 올해 오스트리아 빈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 예정인 파비앵 가벨이 지휘봉을 잡는다. 이 무대에선 윤이상의 서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등도 연주한다. 임윤찬은 이날 오전 지역 청소년을 위한 ‘스쿨 콘서트(일반인 관람 불가)’에도 참여해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달 30일 열리는 피아노 리사이틀에선 임윤찬이 위촉한 이하느리의 신작과 더불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을 들려준다.
임윤찬과 함께 올해 음악제의 상주 연주자로 활동하는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는 오는 31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의 상주 악단으로 유명한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이 무대에선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과 포레의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풀랭크의 신포니에타 등도 연주된다. 오푸스 클래식상 등을 받은 실력파 첼리스트 페란데스는 이달 29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앙리 뒤티외 첼로 협주곡 ‘아득히 먼 나라…’도 들려준다. 이튿날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리사이틀을 연다.

윤이상 타계 30주년·불레즈 탄생 100주년…기념 무대 잇따라

올해 음악제에선 현대음악의 대가 윤이상 타계 30주년, 프랑스 현대음악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도 마련된다. 오는 29일 열리는 ‘윤이상을 기리며’ 공연에선 지휘자 수한 양이 이끄는 웨이우잉 현대음악 앙상블이 ‘협주적 단편’, ‘밤이여 나뉘어라’ 등 그의 주요 작품을 들려준다. 다음 달 5일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 공연에는 불레즈가 1976년 창단한 프랑스 정상급 현대음악 연주 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이 무대에 오른다. 피에르 블뢰즈가 이끄는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은 불레즈의 ‘삽입절’, ‘앙템 I’ 등을 연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축제란 정체성에 걸맞게 초연작도 대거 선보인다. 올해 음악제의 상주 작곡가인 한스 아브라함센의 ‘바이올린, 호른, 피아노를 위한 여섯 개의 소품(4월 3일)’,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레프트, 얼론(4월 4일)'과 그가 편곡한 드뷔시의 ‘어린이 차지(4월 4일)’, 쇤베르크의 ‘4개의 가곡(4월 5일)’ 등이 아시아 초연된다. 피에르 불레즈의 ‘삽입절에(4월 5일)’, 요하네스 칼리츠케의 ‘호프만의 이야기(4월 3일)’도 아시아에서 처음 연주되는 작품들이다. 황룽 판의 ‘원인과 결과(3월 29일)’, 애나 메러디스의 ‘아노(3월 31일·4월 1일)’는 한국 초연된다.

이외에도 ‘고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B'Rock 오케스트라 공연(4월 2일), 1988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쓴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 그린골츠의 리사이틀(3월 30일), 피아니스트 레셰크 모주제르와 타악기 연주자 조하르 프레스코의 재즈 콘서트(4월 5일)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