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 유증' 한화에어로 "지속 가능 성장 위한 최선의 선택"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기주주총회 현장

3.6조 국내 최대 규모 유증 결정

"지속 가능 성장 위한 불가피한 결정"
"외국인 투자자 IR 지속적으로 진행"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주주 여러분이 다양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혜량해주십시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25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 최근 발표한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총에서 유상증자가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적극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시설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을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증시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만 595만500주로 전체(4558만주)의 13%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조달 자금으로 국내외 시설 구축에 2조2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해외 합작법인(JV)과 해외조선소 지분투자에 각각 6000억원과 8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DPS)이 감소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유상증자 발표 후 첫 거래일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 급락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선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 내에 집행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자금 마련 계획에 애로가 있었다"며 "차입을 통한 투자 계획을 고민해 봤지만, 이는 회사 부채비율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간 부채 비율이 급등하면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데,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주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한상윤 IR담당은 "유상증자 발표 후 외국인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다음주엔 홍콩과 싱가포르에 직접 찾아가고 그 후엔 미국을 방문해 주주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희석되는 부분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에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 담당은 강조했다.

한 담당은 "경쟁사인 독일 라인메탈과 비교하면 이 회사가 창출하는 이익의 70~80%까지 올라섰는데 시가총액은 30% 수준밖에 안 돼 내부적으로 디스카운트(주가 저평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아직 한국에서 직수출하는 모델 때문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인메탈은 12개 국가에서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하고 있는데 저희는 한국과 호주 등 2개국 정도에서 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도 동의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총을 찾은 개인투자자들은 불만을 표했다. 개인투자자 김지호씨는 "일방적인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돈을 빼앗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조원 가까이 되는 회사에서 2~3년만 버티면 충분히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유상증자를 결정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모회사 한화(지분율 34%)를 제외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투자자 상당수가 외국인(지분율 약 22%)이기 때문이다. 주총 의장을 맡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오전 8시58분께 주총장에 입장했고 오전 9시 시작된 주총은 30분가량 진행된 뒤 빠르게 끝났다. 주총 주요 안건은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마이클 쿨터 해외사업 총괄 사장 사내이사 선임 △이사 수 한도 확대(7→9명) 등으로 모두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손 대표는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함께 K방산의 선두 주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 방위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