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도 안해요?"…무게감 떨어진 정부의 '가계부 발표'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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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편성지침은 내년 재정 편성의 가이드라인이다. 내년 재정 씀씀이 계획을 담은 정부 가계부다. 통상 편성지침은 작성을 담당한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가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작년에는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이 브리핑을 주관했다.
올해는 브리핑을 건너 뛰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 편성지침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선고를 앞두고 나온 만큼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탄핵소추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예산지침을 새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에도 비슷한 사황이 벌어진 바 있다. 기재부는 2022년 3월 '2023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달 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기재부는 부랴부랴 '2023년 예산안 편성 추가지침'을 발표했다. 당시 추가지침에는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정여력 확보를 위해 예산 요구 단계부터 강도 높은 재정혁신을 추진한다"며 "모든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Zero-base)'에서 재검토하고 최소 10% 의무적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도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정부의 재정 기조가 바뀔 수 있다. 그만큼 새 재정 기조를 반영해 예산지침을 다시 짜야할 수 있다.
'2026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이 눈길을 끄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인 '건전재정' 문구가 빠진 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두 차례 예산안 지침에는 ‘엄격한 재정총량 관리로 내년에도 일관되게 건전재정 기조 견지’(2024년도), ‘건전재정 기조 확립으로 미래세대 부담 최소화’(2025년도) 등 '건전재정'이라는 문구가 빠짐없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건전재정' 빠지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전재정은 단기적 시계에서 재정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준다"며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관리하자는 철학을 담기 위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으로 표현을 바꿨다"고 말했다.
표현은 물론 구체적인 씀씀이 구조조정 계획도 제시했다.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의무지출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지출을 의미한다.
기재부는 인구구조를 비롯한 여건 변화, 효과성, 전달체계 중복성 등을 고려해 의무지출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각 부처 등이 의무지출 예산을 편성할 때 효율화 방안도 담도록 요구한다. 구체적 구조조정 대상인 의무지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줄어드는 인구를 반영해 아동수당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의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