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국민브랜드 되겠다는 LG전자…프리미엄가전 수요 공략

LG전자, '글로벌 사우스' 공략 집중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주목
인도, 프리미엄 가전 수요 증가 추세
사진=LG전자 인도 광고영상 갈무리
사진=LG전자 인도 광고영상 갈무리
LG전자가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공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수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이는 중동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되고 있는 아시아에 집중해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올해부터는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유망 시장으로 꼽은 글로벌 사우스 중에서도 인도를 대표 지역으로 지목했다. 인도는 전 세계 인구 1위의 거대 시장 중 한 곳이다. 28년간 구축한 현지 사업 인프라를 토대로 인도 특화 제품군과 생산·서비스·연구개발(R&D) 분야를 강화해 인도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복안.

인도에선 최근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인도 시장은 그간 가격에 민감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현지 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필수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 소비자들의 소득지표가 개선되면서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인도에서 공기청정기는 사실상 필수재로 자리를 잡았고 수질에 관한 인식 제고 영향에 다라 정수기를 도입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기후위기로 무더위가 잦아지면서 에어컨 수요도 증가했다. 여기에 인도 내 전력 수급 여건이 개선되자 에어컨 구매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 가정집 내부 구조상 에어컨 1대만으로는 냉방 효과가 떨어져 2~3대를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판매자 입장에선 기회다.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증가한다면 LG전자에 유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전 제조업체로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여러 가전제품을 앞세워 입지를 강화해 왔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와 중장기 사업 전략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3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에게 경영 성과와 중장기 사업 전략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도 순항 중이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최근 LG전자 인도법인의 IPO 계획을 예비 승인했다. LG전자는 이번 IPO에서 신주 발행 없이 인도법인 주식 1억1820만주를 매각한다. 상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 모두 LG전자 본사로 들어가는 셈이다. 업계에선 LG전자가 최대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현지에서 가전제품·소비자 전자제품 부문 1위를 기록 중이다. 2023~2024회계연도 기준 인도 매출은 2160억루피(약 3조7000억원), 순이익은 151억루피(약 2590억원)에 이른다.

조 CEO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3000~4000달러에 진입하면 가전보급률이 10~20% 성장하는 변곡점인데 인도는 2026년부터 1인당 GDP 3000달러에 진입할 것"이라며 "인도 가전 1등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구 대국 인도를 비롯해 IT 기업이 몰려드는 중동, AI 데이터센터 등 사업 기회가 발생하는 아시아가 대표적"이라며 "인도는 경제 안정성과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멕시코 관세 부과에 관한 대응 방안도 공개됐다. 조 CEO는 미국 테네시 세탁기·건조기 공장에서 다른 제품을 생산할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가전), 라모스(전장) 등 3곳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조 CEO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6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과 관련해선 "어느 정도 구체적 협업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공동 개발과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 칠러가 들어가는 건 확인됐다"고 전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