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정계선 재판관, 결정문에서 정파성 드러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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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전 개혁신당 의원은 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서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정파성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조 전 의원은 이날 뉴스1TV '팩트앤뷰'에 출연해 정 재판관이 전날 한 총리 탄핵 심판 결정문에서 한 총리가 헌법의 다수결 원칙을 위반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회피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다수결에 의한 국회 의결은 정당 사이에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그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의원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 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다수결을 안 지켜서 대한민국 정치가 이렇게 팍팍해졌나. 다수결은 결정하는 하나의 틀에 불과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다수라고 해도 소수에 귀를 여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결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다수결 만능주의는 다수에 의한 독재일 뿐이며 히틀러도 그렇게 했고, 지금 트럼프가 그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의원은 특히 정 재판관이 '재판관 중 2인도 임기 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런 내용의 '날 것'이 막 나오는데 이런 것들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전 의원은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지난해 방통위원장이 사임을 하니 이상인 방통위원이 직무대행이 됐는데 위원장은 탄핵 대상이어도 상임위원 등은 탄핵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은) 직무대행이니까 탄핵이(가능하다)라고 했다. 같은 논리라면 한 총리는 대통령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의결정족수는 대통령 기준인) 200석이라고 하는 게 맞는다"며 "이건 앞으로 줄 탄핵의 명분 또는 면허증을 준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한 달이 된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정계선 재판관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한 달이 된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가 정계선 재판관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조 전 의원은 헌재의 한 총리 탄핵 심판 결정문에 대해 "뭔가에 쫓겨가면서 성급하게 설익은 밥을 내놓은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윤 대통령 결정문도 쟁점이 많아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며 "(두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 이전에는 결론이 나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 전 의원은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도 "기각이 5명이라고 하지만 헌법재판관 미임명에 대해서는 김복형 재판관과 나머지 네 분 재판관의 의견이 갈리지 않았나"라며 "그건 뭐 얼마든지 의견 조율이 가능한 정도의 그런 이슈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갈라져서 나왔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해서 과연 깊은 고민이 있었느냐는 점도 조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평의에 주력하느라고 그렇게 깊이 있는 평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건이 계속 같이 굴러가니까 헌재가 부담됐을 것"이라며 "결국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부터 먼저 처리하고,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전념하자는 의미로 조금 설익은 밥을 꺼낸 거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한편 전날 헌재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7일 만이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에 바로 복귀했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 총리 탄핵 심판에서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재판관 등 5명은 기각 의견을,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등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당초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재판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지난 1월 1일 헌법재판관에 취임한 정 재판관은 1969년 강원 양양군 출생으로, 1988년 충주여고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재수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재입학했다. 이후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며 2023년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