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유럽서 50% 성장 목표, 미국서 짐펜트라로 7000억 매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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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회장 2년 더 경영 맡기로 정기 주총서 결정
짐펜트라 실적 부진 주주 항의에 "분위기 달라졌다"
부친 대신 주총 진행한 서진석 "성과로 보여줄 것"
셀트리온은 26일 오전 10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임기는 2년으로 오는 2027년 3월까지다. 서 회장은 이날 성대결절 수술 등의 사유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고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주총을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선 세계 유일 피하주사(SC)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성분명 인플릭시맙)인 짐펜트라가 미국에서 부진한 매출을 보인 것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처음 출시된 짐펜트라의 매출 목표를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잡고 이를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은 5%수준인 366억원에 불과했다. 주주들은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못믿겠다", "경영진이 책임지고 사퇴하라" 등 강도 높은 발언들을 이어갔다.
서진석 대표는 주주들의 성화가 이어지자 "기대에 못미쳐 죄송하다", "다음부터는 목표치 공개에 신중하겠다"며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죄했다. 서 대표는 "미국 시장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보험사, 병원 등의 영업 준비 절차가 복잡해 짐펜트라 출시에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주들은 올해 짐펜트라 출하 상황을 문의했고 서 대표는 "짐펜트라 가치와 경쟁력은 여전하다"며 "올해 들어 짐펜트라 출하량은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셀트리온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약속했던 매출 숫자(7000억원)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4920억원)이 시장 기대보다 낮고 전년 대비 24%하락한 것에 대해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5종의 출시를 한꺼번에 준비하면서 예상외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며 "미국 직접판매 마케팅비용과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소송비용도 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꼭 결과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22개의 제품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현재 판매중인 제품은 6개 제품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은 "올해 초 5개 제품에 대한 승인을 받아 올해 제품 포트폴리오가 11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2027년까지 16개, 2030년까지 22개로 확대할 것이고 이 제품의 시장 규모만 26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올해 매출 목표는 5조원으로 50%는 유럽, 30%는 북미, 나머지 20%는 일본과 브라질 등 기타시장에서 거둔다는 목표다. 서진석 대표는 "장기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은 지양하되 기술 도입은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 대해선 "현재 10개의 라인업이 올라가고 있고 4개는 임상 1상에 들어간다"며 "우리 신약후보물질의 데이터가 좋아 관심갖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도 많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와 관련해 "지금 신약을 위해 저에게 잠깐 키를 줬다고 생각한다"며 성과에 따라 연연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서 대표는 지난해 주총에 이어 이날 주총 사회를 맡았다. 대표이사 취임 1년 밖에 안됐지만 항의하는 주주들의 애로사항을 잘 경청하면서도 충분한 발언기회를 주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매끄럽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 송도=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