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접고 '700억 매출' 올린 사장님 된 사연 [원종환의 中企줌인]

수처리 전문 강소기업 '부강테크'
세계 유일 3대 수처리 기술 동시 보유
"개발도상국 돕는 하수처리장 솔루션도 개발 중"
김동우 부강테크 대표. 사진=원종환 기자
김동우 부강테크 대표. 사진=원종환 기자
환경 분야와는 접점이 없는 공인회계사가 국내 대표 수처리 기업의 대표로 자리매김했다. 기업합병(M&A) 전문 회계사로 일한 경력을 살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수처리 관련 기술을 인수하면서다. 업계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아 활로를 뚫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선 안정화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약 15년 전 '투마로우워터프로젝트(TWP)'로 기피 시설인 하수처리시설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익 모델을 추진한 이유다. 바이오가스 생산과 슬러지(찌꺼기) 감량, 고농도 질소 하수처리 등 유기성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3대 기술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회사로 거듭나며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해엔 약 700억원의 매출과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부강테크 창업자인 김동우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2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물산업 전시회 '워터 코리아'에서 만난 김 대표는 "국내외 매출 비중이 비등할 정도로 미국에서 벌인 사업들이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며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수처리장 부지는 줄이고, 공간 활용도는 높여

부강테크는 유기성폐기물을 처리하는 3대 기술을 한데 모아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차별점이다. 일부 기술만 보유한 글로벌 회사와 달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가격 경쟁력과 유지·보수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통합 솔루션은 기존 기술보다 생산량이 약 40% 증가하면서도 운영 비용은 절반가량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사진=부강테크
사진=부강테크
각각의 기술 개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낮은 온도에서 습식 열분해가 이뤄지는 슬러지 감량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효율성을 80%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해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에 접목한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은 미생물의 생존율을 높여 설계 대비 가스 생산량을 30% 증가했다.

미생물을 활용해 질소 폐수를 처리하는 자체 기술은 세계 최대 물산업 행사인 미국 물환경연맹 물산업전(WEFTEC)에서 2021년과 지난해 '톱 50 논문'에 선정됐다. 2028년 준공 예정인 대전 하수처리장에는 세계 최초로 세 가지 기술을 모두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의 하수처리장 부지를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기술 '프로테우스'도 주목받고 있다. 2018년 현대화한 서울 중랑물재생센터는 이 기술을 접목해 기존 부지를 60%를 절감한 뒤 공원과 박물관 등 문화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진행한 1300만 달러(190억원) 규모의 미국 밀워키 하수처리장 개선 사업도 프로테우스를 활용했다.
사진=부강테크
이 기술로 확보한 부지에 점진적으로 하수처리장 내에 데이터센터를 짓도록 하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하수 처리수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해 에너지와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꽃을 키우는 스마트팜을 짓는 등 부지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올해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각 주에 맞춤화한 솔루션 제공"

사진=부강테크
이 같은 실적을 토대로 미국에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미국 풀리턴시에 있는 풀무원 두부 공장의 폐수처리시설을 건설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에는 SKC의 반도체 글라스 기판 자회사 앱솔리스의 폐수처리시설 설치를 전담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의 폐수처리 사업을 수주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에 맞춤화한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은 주마다 한국보다 엄격하거나 느슨한 곳이 제각각"이라며 "18년 이상 미국에서 수처리 사업을 한 경험을 토대로 각 환경에 맞게 폐수처리시설을 지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 공공 부문에선 폐기물 처리 기술을 판매하며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올해로 6년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협회가 뽑는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에 선정됐다. 여생을 미국 사업에 매진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운영되는 도시 인프라를 구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과 3D(3차원) 프린터를 활용해 개발도상국에서 하수처리장 설계와 시공, 운영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며 "친환경과 이윤을 모두 지향하며 글로벌 수처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