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폴란드와 ESS용 LFP 공급 계약…수천억원 규모

2026년부터 납품 시작
전기차 캐즘 극복 박차
美서도 수주 늘어날 듯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5일 발표했다. 납품 규모는 1GWh, 금액은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ESS용 배터리 납품을 확대해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라 악화하는 실적을 개선시키겠다는 전략이다.

PGE는 북부 자르노비에츠 지역에 ESS를 건설해 2027년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보르츠와프 공장(사진)에서 생산하는 LFP 배터리를 이 단지에 내년부터 공급한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배터리 셀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유럽 파트너 기업과 함께 턴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배터리 셀을 컨테이너처럼 제조한 ESS 배터리 시스템을 공급한다. 이를 현지에 설치하는 설계·조달·시공(EPC) 서비스도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토대로 유럽 내 ESS 배터리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유럽, 북미에선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우선 채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전력을 저장하는 ESS 시장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 짙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프로젝트를 수주한 배경도 현지 생산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도 미국과 유럽에서 ESS용 배터리를 수주하기 위해 다수의 고객사와 협의 중이다. 미국에선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이 올 연말 가동되는 만큼 수주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넓은 부지에 건설되는 ESS는 전기차와 달리 공간 제약이 적은 만큼 값싼 LFP 배터리 수요가 더 크다.

이런 이유로 테슬라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산 LFP 배터리를 ESS에 활용했다.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했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수주를 뺏겼던 이유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LFP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며 시장을 되찾아오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만큼 현지에서 한국 배터리의 ESS용 납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