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에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숨결

[이진섭의 음(音)미하다]

소리가 있는 공간
영종도 뮤직스페이스

PD 출신 남우선 대표가 설계한
하이엔드 '음악 카페'
인천공항 영종도에는 핫플레이스가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음악감상실 ‘베토벤 하우스’도 그중 하나다. 6미터 높이, 통유리를 갖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베토벤의 음악에 빠져있는 남우선 대표가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다.
'베토벤 하우스' 외관 / 사진. © 이진섭
'베토벤 하우스' 외관 / 사진. © 이진섭
지역방송 PD출신인 남 대표는 2017년 고향 대구에 ‘베토벤 하우스’를 지었는데, 이를 영종도로 옮겨 지난 1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대구 시절 베토벤 하우스보다 공간이 5배나 커졌고 직접 설계한 스피커가 달렸다. 대구 베토벤 하우스는 카페와 음악감상실을 혼재한 공간이었으나 영종도 베토벤 하우스는 이 공간들이 분리됐다. “클래식이든 팝이든, 일정 볼륨 이상이 돼야 청자의 감흥이 살아나는데, 음향 설계를 새로 하면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요.” 남 대표는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멋을 살리기 위해 베토벤 하우스 곳곳에 어떤 요소를 녹일지 한참 고민했다고 했다. 설계 도면을 4차례나 변경한 후에야 첫 삽을 떴다.

남 대표는 방송사 재직 시절부터 음악뿐 아니라 커피에도 조예가 깊었다. 베토벤 하우스에 있는 커피 원두도 직접 그가 선정하고, 로스팅도 한다. 베토벤 하우스 곳곳에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이 거의 없다. 남 대표가 꼽는 최고의 베토벤 음반은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다. 남 대표는 “최상의 레코딩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앨범”이라며 “음악 맞춤형으로 제작한 베토벤 하우스의 스피커로 꼭 감상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베토벤 하우스' 대표 남우선 / 사진. © 이진섭
'베토벤 하우스' 대표 남우선 / 사진. © 이진섭
베토벤 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메인 스피커는 ‘몬 어쿠스틱 디아몬 (Mon Acoustic Diamon)’이다. 남 대표는 유럽과 미국에 오디오를 수출하는 ‘몬 어쿠스틱 (Mon Acoustic)사’와 손잡고, 1억 5000만원을 들여 베토벤 하우스에 최적화된 스피커를 직접 제작했다.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제작된 ‘양산 1호’ 몬 어쿠스틱 디아몬은 그렇게 베토벤 하우스에 걸렸다. 이날 스피커에서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과 ‘말러 교향곡 2번’이 흘러나왔다. 풍성하고도 섬세한 음향이 음악홀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베토벤 하우스 내부 모습 / 사진. © 이진섭
'베토벤 하우스' 내부 모습 / 사진출처. 네이버 플레이스
베토벤 하우스에서는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재즈와 가요도 만나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60퍼센트의 비중으로 재생된다면 재즈는 30퍼센트, 가요는 10퍼센트 정도로 틀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한다고. 오보에와 플루트를 전공한 직원들도 남 대표와 소통하며 사람들과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하고 크기를 조절하면서 내방객을 위한 ‘소리의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리조트와 호텔, 공항이 가까운 이곳을 찾는 이들의 연령과 국적도 다양했다.
베토벤 하우스 내부 모습 / 사진. © 이진섭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