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피프틴', "여아 사진에 바코드는 오해" 분노의 해명→눈물 호소까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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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언더피프틴' 긴급 제작보고회

미성년자 성 상품화 논란을 부인하며 눈물의 호소를 했다.
MBN '언더피프틴' 제작진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언더피프틴' 긴급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오는 31일 첫 방송되는 해당 프로그램을 두고 미성년자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자 급하게 마련한 자리였다.
'언더피프틴'은 만 15세 이하 여아들을 모아 걸그룹 데뷔를 두고 경쟁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앞서 공개된 홍보 영상에는 앳된 참가자들이 진한 메이크업을 받거나 배꼽티를 입고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담겼다. 참가자들의 이름 옆에는 '15', '11', '8' 등 나이가 적혀 있었다. 특히 프로필 사진에는 바코드 디자인이 포함돼 아동 성 상품화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프로그램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황인영 대표와 용석인 PD가 참석했다.
황인영 대표는 "'언더피프틴'과 관련해 여러 논란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우선 심려를 끼쳐드려서 굉장히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방송을 제작하다 보면 칭찬받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예기치 못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면서 "이번은 저희가 너무나도 예상하지 못한 의혹들이 사실인 양 확대되며 퍼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서혜진 대표는 바코드 디자인이 포함된 참가자 프로필 사진과 관련해 "엄청난 오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급조했다는 소리를 할까 봐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먼저 보여드리겠다"면서 해당 프로필 사진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디자이너는 '학생증 컨셉이어서 그래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학생증 이미지를 첨부해 보냈다. 서 대표는 "디자인한 분은 30대 여성이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트레이닝하는 학교에 와 있다고 생각한 학생증 콘셉트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학생증을 성적인 걸로 환치시키는 것에 대해 놀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디자이너임을 밝힌 이유에 대해 "콘텐츠 디자인부터 편집, 멘트, 춤을 가르치고, 의상을 입히는 모든 걸 여성들이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해주셨으면 한다"고 설명한 뒤 "여성 편집자의 성인지가 바닥일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를 낮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대표는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성 상품화다', '바코드를 아이들에게 찍었다'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이런 이야기가 되는 자체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참가자들에게 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당 프로필 사진은 공식 SNS에서 삭제했다"고 부연했다.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기 쉬운 경쟁 구도에 놓는 프로그램이 공공연하게 제작·방영될 때 우리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고 짚었고, 여성의당은 '언더피프틴'의 폐지를 촉구하고 방송산업 내 여아 성 상품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해외 K팝 팬들의 반발도 거센 상태다.
앞서 제작진은 미성년자인 지원자의 의사와 보호자의 동의 아래 프로그램 참가가 이루어졌고,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녹화 준수사항을 엄격히 지키며 촬영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다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지나친 경쟁 구도가 생길 수 있고, 제작진의 편집 방향성에 따라 참가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입장은 함구했었다.
현장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황 대표는 "나이 제한을 둔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있다"면서 "알파 세대 오디션을 진행하고 싶다는 게 우리의 가장 주효한 부분이었다. K팝이라는 문화 자체가 전 세계의 기준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나. 전 세계를 무대로 재능을 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그 세대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대형 기획사, 중소 기획사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연습생 후보생으로 있기도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제도의 벽이 있다. 방치되는 부분도 있고, 그들이 진짜로 꿈을 키워나가기에는 현실이 못 알아준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기획사와 달리 대중들에게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가 되어줄 수 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주목되지 않는 부분이나 가능성에 주목하고, 방송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소 흥분한 서 대표 곁에서 황 대표는 "부주의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걸그룹 오디션이고 1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하니까 이런 논란이 생기지 않게 더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는 "모든 과정에서 굉장히 주의를 기울였다"면서 "1년 넘게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뚜껑이 열리면 모두가 감동하겠지?'라는 낙관적인 측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에 어떤 외부적인 요인과 합쳐지고 제목 이런 걸로 우려를 표해주시고, 논란도 되면서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전혀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방송사인 MBN은 프로그램 방영 여부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으나, 제작진은 방송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었다. 이날 긴급 보고회에서도 방송분을 취재진에 먼저 공개하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했다. 현장에서 공개된 영상에는 심사에 합격한 참가자들의 무대만이 담겼다. 심사위원들은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합격을 통보했고, "잘한다", "제작진은 어디서 이런 친구들을 데려왔느냐" 등의 말을 했다. 탈락자들의 무대나 탈락 통보 과정, 현장 분위기 등은 보여주지 않았다.
용석인 PD는 "(걸그룹 멤버로) 뽑히고 데뷔하는 것보다 배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움과 성장을 어떻게 얻어갈 수 있을지, 보호자에게 무엇을 배웠다고 얘기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구성하고 있다. 마스터분들도 참가자들한테 내려가 직접 조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모로 평가받는 건 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들도 그렇게 평가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방송 여부를 두고 MBN과 의견이 통일된 것이냐는 물음에 서 대표는 "보통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든 제작비는 크레아스튜디오에서 리크루팅을 해서 제작하는 거다. MBN에서는 제작비를 받지 않는다. MBN은 플랫폼의 입장인 거다"고 대답했다.
이어 "MBN과 다른 의견은 아니다. MBN은 플랫폼이지만 어떠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재검토라는 의사 표현을 한 거다. 2주 전에 1회차를 심의, 기획, 편성팀 모두 봤고, 방심위에도 완본을 보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항의하고 싶으면 그냥 우리 회사 앞에 와서 항의하면 될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MBN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오디션은 악마의 편집을 하고, 걸그룹은 성 상품이라는 인식을 깨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했고, 서 대표는 "모든 사안은 반대말로 해보면 해답이 명징해진다고 생각한다. 100명이 넘는 제작진이 어린 친구들을 이용해 성 상품화하고 성 착취 제작물을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 방송 여부와 관련해 용 PD는 "아이들은 방송이 안 된다는 사실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연습하고 있고, 이걸 통해 본인들이 배운 걸 인정받고 싶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송을 기대하고 있고, 자랑하고 싶고, 홍보하고 싶은 게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진심"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력한 결과물을 온전히 세상에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탈락한 부모님, 붙은 부모님 모두 아이가 행복해한다고 하더라. 아이들이 주목받고 재능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결과가 엔드(end) 지점이 아닌 한 과정으로써 더 큰 꿈과 성장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프로그램 이후 그룹의 활동을 진행할 매니지먼트 회사와 관련해 "여러 곳과 콘택트 중이다. 그 나이대에 맞는 친구 같은 그룹을 만드는 게 우리 콘셉트였다. 그 콘셉트를 잘 이해하는 회사를 콘택트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이 있지만 우리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서 심사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분들께 머리 숙여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 의도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 잘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