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쌓이는 대구…HS화성·서한 등 현지건설사는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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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대구가 미분양으로 아우성이지만 지역 건설사의 타격은 예상 밖으로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돈다. 지역업체는 2021년 이후 공급을 중단한 반면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가 대구에 아파트를 더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대형사 중심 미분양 속출에도
지역 건설사는 2021년 이후
주택 공급 중단해 타격 적어

대구 아파트값(한국부동산원 기준)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7.1%, 8.7% 올랐다. 이 무렵부터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만 44개 단지가 공급됐다. 분양만 하면 완판(완전 판매)이 이뤄질 때였다. 한양의 ‘한양수자인 더팰리시티’는 572가구 모집에 1만209명이 몰려 1순위 경쟁률 17.8 대 1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도 532가구 모집에 4519명(8.5 대 1)이 청약했다. 하지만 2021년 말부터 청약 미달 사태가 빚어졌고 이후 모집 가구를 채우는 단지를 보기 힘들어졌다.
대구 건설사는 일찍 발을 뺀 덕분에 미분양이 많지 않은 편이다. 시공능력평가 47위인 HS화성은 대구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분양한 단지가 2021년 8월 ‘서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이었다. 그동안 분양한 단지가 수익으로 잡히며 2023년 매출이 9081억원으로 2022년보다 41% 급증했지만 2024년엔 6128억원으로 33% 감소했다. 대신 6222억원이던 부채를 지난해 4505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줄였다. 부채 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도 168%에서 118%로 개선됐다. HS화성 관계자는 “무리한 확장 대신 내실 경영을 꾀했다”며 “올해도 비슷한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51위인 서한도 2022년 11월 ‘두류역 서한포레스트’가 마지막 공급 단지다.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182%였던 부채 비율을 지난해 164%로 낮췄다. 태왕이앤씨와 화성개발의 부채 비율(2023년 기준)은 각각 133%, 35%였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건설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덕분에 과열 양상을 미리 감지했다”며 “외지 건설사는 무턱대고 공급 경쟁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