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쌓이는 대구…HS화성·서한 등 현지건설사는 '선방'

부동산 프리즘

대형사 중심 미분양 속출에도
지역 건설사는 2021년 이후
주택 공급 중단해 타격 적어
대구가 미분양으로 아우성이지만 지역 건설사의 타격은 예상 밖으로 크지 않다는 얘기가 나돈다. 지역업체는 2021년 이후 공급을 중단한 반면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가 대구에 아파트를 더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25일 대구시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지역 내 미분양은 60개 단지, 8742가구에 이른다. 이 중 준공 후 미분양은 55개 단지, 3075가구로 집계됐다. 회사별로는 현대건설(8곳) 대우건설(7곳) GS건설(4곳) 포스코이앤씨(3곳) 신세계건설(2곳) 현대엔지니어링(2곳) 등의 물량이 많다. 대구 건설사 중엔 태왕이앤씨(2곳) 서한(1곳) 우방(1곳) HXD화성개발(1곳)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단지별 미분양 가구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구 아파트값(한국부동산원 기준)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7.1%, 8.7% 올랐다. 이 무렵부터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만 44개 단지가 공급됐다. 분양만 하면 완판(완전 판매)이 이뤄질 때였다. 한양의 ‘한양수자인 더팰리시티’는 572가구 모집에 1만209명이 몰려 1순위 경쟁률 17.8 대 1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도 532가구 모집에 4519명(8.5 대 1)이 청약했다. 하지만 2021년 말부터 청약 미달 사태가 빚어졌고 이후 모집 가구를 채우는 단지를 보기 힘들어졌다.

대구 건설사는 일찍 발을 뺀 덕분에 미분양이 많지 않은 편이다. 시공능력평가 47위인 HS화성은 대구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분양한 단지가 2021년 8월 ‘서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이었다. 그동안 분양한 단지가 수익으로 잡히며 2023년 매출이 9081억원으로 2022년보다 41% 급증했지만 2024년엔 6128억원으로 33% 감소했다. 대신 6222억원이던 부채를 지난해 4505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줄였다. 부채 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도 168%에서 118%로 개선됐다. HS화성 관계자는 “무리한 확장 대신 내실 경영을 꾀했다”며 “올해도 비슷한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51위인 서한도 2022년 11월 ‘두류역 서한포레스트’가 마지막 공급 단지다.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182%였던 부채 비율을 지난해 164%로 낮췄다. 태왕이앤씨와 화성개발의 부채 비율(2023년 기준)은 각각 133%, 35%였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건설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덕분에 과열 양상을 미리 감지했다”며 “외지 건설사는 무턱대고 공급 경쟁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