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별이 있는 사람 [나태주의 인생 일기]

나태주 시인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살아보니 인생은 의외로 길면서도 짧고 가늘면서도 굵은 것이었다. 굵고도 짧고 화끈하게 산 사람들의 호쾌한 인생도 있겠지만 가늘고도 길고 초라하게 살아온 나의 인생. 어느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걷던 이웃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보이지 않으니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러하다. 나의 인생은 이제 적막한 인생이고 어둠의 인생이고 내리막 인생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가늘고도 길게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성공한 인생이란 어떠한 인생인가, 새삼스레 생각해볼 때가 있다

그 별이 날 여기까지 이끌었다

평소 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말해왔다. 성공한 사람이란 청소년 시절 가진 꿈을 늙은 사람이 되도록 잃지 않고 간직하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을 노력하는 사람이고, 또 늙은 사람이 되었을 때 청소년 시절 자신이 꿈꾸던 자기 모습을 만나는 사람이라고!

나는 비록 능력과 조건이 부족하여 화려하거나 힘 있게 살아오지 못하고 가늘고도 길게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내 나이 열다섯에 가졌던 꿈을 이 나이가 되도록 하루도 잊지 않고 산 사람이다. 시인이 되는 꿈인데 시가 무엇이고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다만 시를 쓰리라, 시인이 되리라, 어린아이의 만용이 이제껏 지속되고 있음을 보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인생에 대한 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가 가지라고 해서 가진 별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따라서 흉내 내기로 가진 별도 아니다. 오로지 나 혼자만이 능동과 다짐으로 가진 별이다. 그 별이 나를 오늘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일평생 살면서 자기의 별을 갖는다는 건 참으로 중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아찔하도록 다행한 일이다. 살아오면서 보건대 무릇 사람들 가운데는 별이 있는 사람과 별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우선 별이 있는 사람의 삶은 지속성이 있고 별이 없는 사람의 삶은 지속성이 없게 마련이다.

더하여, 별이 있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그 무엇을 목표로 삼고 살지만, 별이 없는 사람은 오로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그 무엇만을 허겁지겁 따라다니며 산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유난히 식탐이 많고 음식이나 장난감에 관심과 애착이 지나친 사람일수록 별이 없는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가령 말이다. 이유도 없이 나를 구박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또 그가 명망가이거나 능력가라고 치자. 그런데 그 사람에게 큰맘 먹고 그럴듯한 술자리와 음식 자리를 마련해 대접했다고 하자. 놀랍게도 그다음 날부터 그 사람이 나에게 대하는 태도와 말씨가 달라졌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은 분명 마음에 별이 없는 사람이고 인생에 별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길을 잘 찾는 게 곧 인생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우리 언제 만나 밥이나 한번 먹자란 말이다. 그래 바쁘게 힘겹게 살아가는 인생 가운데 만나서 밥 먹고 노닥거리는 일이 그리도 급하고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적어도 우리는 살기 위해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지 먹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비록 우리 아버지 시대는 그러셨다지만 우리 시대는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마음에 별이 있는 사람의 인생은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 한다. 아침 일찍 등산복 입고 등산화 신고 등산 가방 메고 집을 나섰다면 산으로 가야 한다. 기어코 등산으로 하루를 보냈어야 한다. 그런데 마을 어귀에서 친구를 만나 시장 바닥으로 가서 술집에 들어 술을 마시다가 저녁 무렵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갔다면 도대체 그 사람의 하루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에겐 사람마다 태어나면서 가야 하는 따로 길이 있다고 본다. 분명히 그 길을 깨달아 알지는 못하지만 흐릿하게나마 자기가 갈 길이 있다고 본다. 그 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고, 그 길을 그런대로 잘 찾아가는 사람이 별이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인생이 끝내 성공한 인생이라고 본다.

물론 사람이 살다 보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할 때가 있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일을 마치고서는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오고 자기가 본래 하던 일로 돌아와야 한다. 자기가 가던 길을 끝까지 버리지 말고 가자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놀랍게도 재주 있고 능력 있고 장래성 있는 사람들이 한 가지 일에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십중팔구는 애당초 자기가 선택한 자기의 길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간 경우다. 그것도 한 사람의 길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여러 갈래 길을 반복적으로 따라서 간 경우다.

스스로 별이 되어 빛나거라

실상 밤하늘의 별은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허상이다. 몇억 광년 전 우주의 한 공간에 있는 물체가 보내온 빛을 오늘 우리가 비로소 보는 것이 별이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그 어떤 대상이다. 그렇다고 그 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은 영판 다르다.

부디 별은 없는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자. 분명히 우주 공간 어딘가에 있기는 있지만 우리가 도달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자. 살아서는 도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죽어서라도 끝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자. 그럴 때 우리 인생은 분명히 빛나는 인생이 되고 끝내는 별이 되는 인생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서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네가 별이 되어라.’ 이것은 내가 몇 년 전 서울 강남 코엑스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을 위해 써준 ‘너는 별이다’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