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발표하자" 백악관이 먼저 요청…공화당 실세 한자리에

'31조 투자' 막전막후

발표 시기 준비하던 현대차 OK
성김, 워싱턴 오가며 막판 조율
하원의장 "현대는 훌륭한 친구"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11일 ‘팩트시트’(보도 참고자료)에선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이달 10일에도 “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시장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대기업 12곳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했다.

현대차그룹도 투자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곧 문을 여는 미국 내 3호 공장인 조지아주 ‘현대차 메타플랜트’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백악관에서 현대차그룹에 투자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준비 과정은 길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미국 방문 계획을 세우고 발표를 준비하느라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긴박하게 움직여야 했다. 발표 전날인 24일 백악관이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트럼프 대통령 일정표에는 ‘루이지애나주지사와 발표’라고만 적혀 있었다. 미국 측 참가자 명단도 막판까지 계속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발표에는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총 4명이 배석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함께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가 영입한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보 출신 성 김 사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 워싱턴DC와 서울을 수시로 오가면서 현대차그룹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출신인 김일범 현대차 부사장도 성 김 사장을 보좌해 막후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지사가 참석했다.

현대제철이 신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루이지애나주의 정치인인 존슨 의장과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배석하면서 공화당 최고 실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광경이 연출됐다. 존슨 의장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모두 느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현대라는 훌륭한 친구가 루이지애나에 투자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지아·앨라배마주에 집중된 투자 지역을 루이지애나로 다변화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선택이 빛난 대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