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싱크홀, 지하철 공사·상수관 누수로 지반 약해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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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됐던 오토바이 운전자 수습“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에 갑자기 땅이 꺼졌으면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한영중 학부모 박모씨)
한영외고 등 인근 4개 학교 휴교

2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29분께 명일동 한영외고 앞 도로에서 직경 20m, 깊이 18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등이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싱크홀에 빠져 매몰된 것으로 추정됐던 30대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사고 발생 17시간여 만에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싱크홀 내부에 약 2000t의 물과 6480t가량의 토사가 섞여 실종자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싱크홀 원인으로 사고 지점으로부터 50m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상수관 누수 등과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싱크홀 발생 지점 아래에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사 과정에서 인근 지반이 약해졌을 수 있는데, 보강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8월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아래에서 발생한 총 107m 길이의 대형 동공(빈 공간)도 지하철 공사가 영향을 미친 사례다.
이번 싱크홀은 장마철이 아닌, 초봄에 발생했다. 집중 호우와 폭염 등 계절적 요인보다 지하 굴착공사나 상수도관으로 인한 누수 등이 결국 연약한 지반을 만들었을 가능성 등 인위적 요인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상·하수도에서 새어 나온 물이 공사장 등을 지나며 구멍이 생기고 잦은 진동과 하중이 가해지면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사고 지점 인근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가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조만간 전문가를 파견해 이 공사가 미쳤을 영향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싱크홀 사고가 이어지면서 시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서울 지반 침하 발생 건수는 11건이었으나 2023년 22건으로 증가했다. 싱크홀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희원/오유림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