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급증하는 의무지출, 수술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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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안 편성지침 확정정부가 4대 공적연금, 건강보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의무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폭증하는 의무지출을 손보지 않으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했다.
재량지출 삭감만으론 개선 한계
교육·복지지출 대폭 줄이고
산업 경쟁력 키울 예산은 늘려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해야"

정부는 “의무지출을 점검하고 구조 개편 노력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산(총지출)은 통상 4대 공적연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과 정부 필요에 따라 줄일 수 있는 재량지출로 나뉜다. 정부는 내년 재량지출을 10% 이상 삭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까지 4년 연속 삭감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내년도 순수 재량지출은 120조~140조원으로 추산된다. 10%를 깎는다고 해도 12조~14조원에 불과하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의무지출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 안팎에서 확산했다.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의무지출은 올해 365조원, 2026년 391조원, 2027년 413조원, 2028년 433조원으로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5.7%로 총지출 증가율(3.6%)을 웃돈다. 한국이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연금·의료를 비롯한 복지지출이 급증한 결과다.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의무지출 비중도 올해 54.2%에서 2028년 57.3%로 높아진다.
의무지출 중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줄일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저출생 흐름을 반영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아동수당 등의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의무지출 예산을 편성할 때 효율화 방안을 담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재정의 효율적 집행에도 힘쓸 방침이다. 재정이 움츠러든 내수 경기를 북돋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응해 산업·통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704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내년 예산을 민생 안정과 경기 회복, 산업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한 미래, 국민 안전 확보 및 굳건한 외교·안보 등 4대 부문에 집중적으로 쏟을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폐업에 몰렸거나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 지원과 유망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 예산을 중점 투입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이른바 ‘3대 게임 체인저’ 기초·원천 기술에도 예산을 대거 쓰기로 했다.
김익환/이광식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