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LP디깅 '뮤직 컴플렉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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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공간들: ④인사동 LP클럽]마치 영화 ‘라붐’의 소피 마르소가 된 듯 모두가 커다란 헤드셋을 쓰고 음악에 빠져 있는 곳이 있다. 귓가에 흘러나오는 곡은 제각각. 사람들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턴테이블 위 LP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저마다의 감상에 잠긴다.
2만 장의 LP가 벽면을 가득 메우고,
턴테이블마다 헤드셋 비치하고 있어
맥주와 함께 원하는 LP를 감상할 수 있는 힙한 공간
서울 인사동 LP카페 '뮤직 컴플렉스 서울'
서울 인사동에 있는 LP 카페 ‘뮤직 컴플렉스 서울’은 좌석마다 턴테이블이 마련돼 누구나 직접 원하는 LP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팝송, 국내 가요, 재즈, 록 등 LP 약 2만 장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음향 기기광인 김형석 대표(50)가 20년간 해오던 스포츠 양말 사업을 접고 구입한 LP들로 2022년 5월 문을 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2호점 부산 기장점에 이어 도쿄, 마닐라 매장 개점도 추진하고 있다.
인사동점은 안녕인사동 건물 5층에 자리 잡고 있다. 강렬한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해진 120평 공간은 힙한 클럽을 연상시킨다. 다른 LP 카페는 대부분 아날로그 감성을 풍기지만 이런 반전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턴테이블은 총 45개. 헤드셋은 자리마다 1~2개씩 비치돼 있다. 턴테이블과 헤드셋은 오디오테크니카, 소니 등의 제품을 가져다놨다. 김 대표는 “주 방문객 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하이엔드로 가면 이질감이 생길 것 같아 표준형 제품 위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급 음향 기기는 프라이빗 청음실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 안에선 홍콩 오디오 브랜드 페네시의 도넛 올인원 턴테이블 스피커, CD 재생도 가능한 스위스 브랜드 제네바의 XL 스피커 등이 있다. 두 제품 모두 400만~500만원대에 달한다. 청음실은 1시간 이용에 5만원으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 한복판에서 LP 감성을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 LP 카페 투어가 취미라는 대학생 정수민 씨(21)는 “평소에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습관처럼 흘려들었는데, 여기에서는 가사와 멜로디에 더 집중하며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며 “원하는 앨범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LP판이 돌아가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