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알래스카 LNG 사업은 좋은 기회"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대표이사·사진)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좋은 기회”라며 “현실화한다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알래스카에서 가스전을 개발해 수출하는 사업에 한국, 일본, 대만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사업비가 최소 440억달러(약 64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의 방한을 맞아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이날 오후 6시~9시 이뤄진 만찬에 참석한 기업은 세아제강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은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참여 방안에 대해선 더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좋은 사업임에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찬 자리에서 설명을 듣고 내부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가스전이 있는 알래스카 북부 푸르도베이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수출하려면 LNG 터미널이 있는 남부 니키스키까지 1300㎞ 거리의 가스관을 설치해야 하는 만큼 수요가 폭증하는 것이다.

세아제강은 경북 포항공장에서, 세아제강지주는 미국 휴스턴공장에서 강관을 생산하고 있다. 강관은 석유나 가스를 시추하는 시추관, 이를 운반하는 송유관 등을 일컫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 연료로의 귀환’을 천명하면서 석유와 가스 생산이 늘자 세아제강지주는 미국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시추·송유관은 고온, 고압을 견뎌야 해 안정성이 중요하다. 납품 이력이 많고, 사고 사례가 적은 기업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공장이 풀가동되는 만큼 알래스카 사업이 시작되면, 가동률이 미국보다는 낮은 포항공장에서 생산한 파이프가 수출될 가능성이 크다.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를 개발하고, 시추하는 에너지 기업이나 건설 기업들은 이런 규모의 큰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데다 변수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강관은 수출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 큰 차이가 없어 철강업체의 참여 의지가 크다”고 말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26일엔 SK이노베이션 E&S,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한화 등 알래스카 LNG 사업과 연관된 기업의 최고 경영진과 개별 면담했다.

김형규/하지은/김대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