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공세에…오프라인 유통 1만2000명 내보냈다

유통업계, 인력 구조조정

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3사
2019년 이후 5년간 직원수 17%↓
7.2만서 5.9만명으로 확 줄어
일자리 창출 일등공신은 '옛말'

코로나 겪으며 매장 영업 축소
규제로 실적 악화한 영향도
마트·면세점 구조조정 지속될 듯
국내 대표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지난 5년간 임직원을 약 17%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 부상 등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가파르게 오른 인건비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유통사들이 최근 일제히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어 일자리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규제가 불러온 구조조정

26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유통사의 사업보고서와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직원 1만 명 이상인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은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등 세 곳이었으며 이들 대기업이 최근 5년 새 줄인 임직원은 1만2711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이들 기업의 직원은 7만2653명이었으나 작년 말 기준 5만9942명까지 쪼그라들었다.

롯데쇼핑의 인력 감축이 두드러졌다. 2019년 2만5298명인 임직원은 지난해 1만8832명으로 25.5% 감소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e커머스 등 롯데쇼핑 내 전 사업부에서 인력 감축이 이뤄졌다. 이마트 인력 감소 폭도 컸다. 기존 2만5779명에서 2만1574명으로 16.3% 줄었다.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9.4% 줄어 1만9536명까지 축소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이들 유통사는 신규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30대 대기업 중 롯데, 신세계 등 유통그룹이 늘린 일자리는 9만 개에 육박했다. 8만9900여 명에서 17만3000여 명으로 107.3% 급증했다. 이 기간 30대 대기업 평균 증가율(53.3%)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확 달라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이 대규모 밀집 시설로 지정된 탓에 한동안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급격히 온라인 쇼핑으로 돌아섰고 쿠팡, 컬리 등 e커머스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롯데쇼핑 등 대부분의 유통사는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규제도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사실상 ‘유통 규제법’으로 변질됐다. 대기업은 전통시장 인근에 매장을 못 내게 됐고, 밤 12시 이후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문을 닫아야 했으며,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했다. 전통 시장, 영세 상인 등 ‘약자’ 보호가 명분이었으나 영세 상인은 살리지 못한 채 대기업의 안정적 일자리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감축 흐름 당분간 이어질 듯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이 쉽지 않고, 실적이 좋아지는 회사조차 신규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은 최근 5년 새 매출이 46% 급증했음에도 임직원은 27% 느는 데 그쳤다.

홈플러스 등 유통 대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정돼 있다.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앞으로 전국 126개 매장 상당수를 매각하거나 폐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매장 대부분이 금융권 담보로 제공돼 있어 향후 채권단이 담보권 행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법원 경매를 통해 점포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국내 면세점들은 여행 소비 패턴이 바뀐 탓에 작년부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2019년 1000명에 육박한 직원을 최근 700명 선으로 줄였다. 신라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도 최근 5년 새 617명을 내보냈다.

e커머스 업계도 쿠팡을 제외하곤 대부분 구조조정 중이다. 티몬, 위메프는 한때 각각 1000명을 웃돌던 직원 수가 현재 1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1번가, SSG닷컴, G마켓 등도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는 등 지속해서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11번가, SSG닷컴 등은 최근 본사를 이전하며 직원들의 자연 퇴사를 유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