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2단계로 간다…"최대 50% '관세 폭탄' 던진 뒤 협상"

통상당국, 대비책 마련 나서

"美, 내달 2일 예고대로 긴급관세
한국산 자동차도 예외 없을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2일 발표할 상호관세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2단계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주요 무역 대상국에 최대 50%에 달하는 긴급 관세를 매긴 뒤 조사와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조정해나가는 방식이다. 한국 통상당국도 이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교역국에 대한 무역 관행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일단 긴급관세를 부과하고, 조사 이후 추가로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미국 행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1차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시 쓸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관세법 338조가 주로 거론된다. 관세법 338조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부당한 조처를 한 국가에 최고 50%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30년 제정된 이후 거의 쓰이지 않아 사문화됐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2단계는 미국 당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면서 관세율을 조정하는 단계다. 이때는 상대국의 대외 교역 관행을 조사하고 보복할 수 있는 규정을 명시한 연방법 301조가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당국도 이 같은 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이 국가를 등급별로 나누거나 일괄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뒤 양자 협상에 나서는 ‘선(先)부과 후(後)협상’ 시나리오를 예상해왔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각 나라의 비관세 장벽과 환율, 정책 등에 근거를 가지고 관세를 매기기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일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해방의 날’이라고 공언한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관세도 상호관세와 함께 이날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투자 발표 행사에서 “며칠 내 자동차, 목재, 반도체 등에 추가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들 관세는 상호관세 발표보다 앞서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정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현대차가 210억달러 수준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했지만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는 예외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가 함께 부과되면 국내 자동차산업이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현대차를 지칭하며 언급한 ‘관세 면제’라는 표현은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한 일반론일 가능성이 크다”며 “끝까지 미국과 실무 협상을 벌여 우호적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