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불씨…지리산·포항·울진도 위험

역대 최악 산불에 서울면적 절반 초토화

5개 시·군 덮치고 북동진…영덕 8명 등 26명 사망
헬기 조종사 1명 숨져…韓대행 "최악 가정해 대응"
< 영덕 해안가 마을까지 잿더미 >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며 영덕군 노물리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불길이 빠르게 번지자 25일 저녁께 인근 석리항으로 피신해 배를 타고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산불은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영덕, 울산 울주 등지에서 엿새째 이어지며 산림 3만7752㏊를 태웠다.  /연합뉴스
< 영덕 해안가 마을까지 잿더미 >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며 영덕군 노물리 마을을 폐허로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불길이 빠르게 번지자 25일 저녁께 인근 석리항으로 피신해 배를 타고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산불은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영덕, 울산 울주 등지에서 엿새째 이어지며 산림 3만7752㏊를 태웠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지역 북부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산불은 발생 닷새째인 26일에도 상승 기류를 타고 북동진하며 안동, 청송, 영양, 봉화, 영덕 등 5개 시·군을 덮치고 포항과 울진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날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잿더미가 된 산림만 역대 최대인 3만7752ha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 전체 면적(6만ha)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동해안 일대에는 최대 초속 20m의 강한 남서풍까지 불어 산불이 동해안을 따라 강원 지역으로 북상할 우려가 크다. 오후 7시 기준 사망자는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8명 등 21명과 경남 산청 사망자 4명, 추락한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26명이다.

경북 지역 사망자는 전날 밤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로 산불로 인한 연기에 질식하거나 대피 도중 화마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 한 명이 사망한 채로 현장에서 발견됐다.

산불은 상승 기류를 타고 열기둥이 솟구치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키며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다. 불씨가 초속 10∼20m의 강풍을 타고 10초 내 1㎞ 이상 날아가 산림당국도 진화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국내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경북 포항시에도 산불이 번지고 있다. 포항은 영덕·청송과 경계가 맞닿아 있고, 동해안 울진군은 산불 확산 지역인 영양군과 접해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산청·하동·함양)과 전남(구례), 전북(남원) 등 세 개 도에 걸쳐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5차 회의를 주재하며 “전 기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권용훈/영덕=오경묵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