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로 뒤집힌 李 '김문기·백현동 발언'…"허위사실 공표로 처벌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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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1심 판단 이례적으로 뒤집은 서울고법
"골프 발언 허위성 인정 어려워"
골프 안 쳤다는 건 거짓말 아냐
사진도 원본 일부 떼내 조작 맞아
"새로운 사실관계·증언 없었는데
결론 완전히 바뀌어" 법조계 지적
"백현동 발언은 의견표명에 해당"
협박 발언은 압박감 과장한 표현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파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온 사건이 2심에서 전부 무죄로 뒤집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새로운 사실관계나 증언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결론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1심이 이 대표의 지위를 고려해 전체적 맥락을 보고 판단했다면 2심은 기계적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1심 판단 모두 뒤집혀

우선 1심은 이 대표의 이른바 ‘골프’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는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장동 의혹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이 대표가 이 사진에 같이 찍힌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이 맞고 허위가 인정된다”며 “김 전 처장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도 충분해 고의도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골프 관련 발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인식’에 관한 것으로 해석했고, 공직선거법상 처벌 대상인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진이 조작됐다”는 이 대표 주장을 받아들여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진은 2021년 12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사진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로 볼 수 없다”며 “원본 중 일부만 떼어내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전체를 놓고 봐도 이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패널 질문 중에는 ‘골프를 쳤냐’는 내용도 없다”며 “이 대표 스스로가 골프 친 적이 있다고 말하지 않은 게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출장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암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의견 표명, 과장일 뿐”
이 대표가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1, 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당시 이 대표는 “국토부 요청으로 한 일이고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식으로 발언했다.1심 법원은 이 대표가 스스로 용도지역 변경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의 준주거지역으로서의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위 발언이 전반적으로 이 대표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이 대표의 해명을 구하는 취지에서 질의가 이뤄졌고, 해당 발언은 그 답변”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이 타의에 의한 것이므로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했다.
‘직무유기로 협박당했다’는 부분도 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토부로부터 받은 상당한 강도의 압박을 과장해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허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시온/황동진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