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도 쓴다" 관심 폭발하더니…K소부장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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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낸드 소재 몰리브덴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미래 반도체의 금속 배선 소재로 꼽히는 몰리브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차세대 낸드플래시 공정에 기존 소재인 텅스텐 대신 몰리브덴을 도입하고 있어서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반도체 칩을 쌓는 집적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몰리브덴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공정 게임체인저로
반도체 성능·생산 효율 향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도입 확대
동진쎄미켐, 美 첨단소재기업과
몰리브덴 전구체 협력방안 논의
SK머티리얼즈·후성 등 개발 착수

반도체 노광공정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동진쎄미켐이 기존 사업과 관련이 적은 몰리브덴 전구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신호가 잘 전달되도록 반도체 회로 패턴에 금속선을 연결하는 금속 배선 공정에는 텅스텐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 칩을 많이 쌓는 집적도가 중요해지자 텅스텐은 한계에 부딪혔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셀(메모리의 최소 단위)을 쌓는 낸드플래시 적층 과정에서 배선 두께를 확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200단 이상 셀을 적층하는 9세대 낸드 공정에서 전류 저항이 강한 텅스텐의 한계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몰리브덴은 텅스텐에 비해 전류 저항도가 낮아 전자 이동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배선 두께를 30~40% 줄여 반도체 성능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발표한 9세대 낸드플래시(286단) 공정에 몰리브덴을 적용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양산을 준비 중인 10세대 낸드플래시는 400단 이상으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몰리브덴 사용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 다른 글로벌 업체도 낸드플래시에서 몰리브덴 도입을 검토 중이다.
텅스텐 전구체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 후성, 한솔케미칼, 디엔에프 등도 몰리브덴 전구체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글로벌 화학기업인 독일 머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연내 한국에 몰리브덴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 램리서치는 올해 세미콘 코리아에서 업계 최초로 몰리브덴 박막 증착 장비를 공개했다. 한화세미텍 등 국내 증착 장비 업체도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용 텅스텐 소재 시장 규모는 연 1조~2조원대로 추산된다. 몰리브덴 가격이 텅스텐에 비해 최대 10배 가까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몰리브덴이 본격 도입되면 관련 시장 규모가 확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D램과 시스템 반도체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몰리브덴 개발에 성공하면 인테그리스와 에어리퀴드가 양분한 전구체 시장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