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 요약하고 보험 청구…서울대병원, 의료용 AI 개발

이현훈 헬스케어AI연구원 교수
3800만 의료정보 학습한 LLM
9월께 정식 서비스 출시 계획
서울대병원이 의사들의 서류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용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올해 9월께 정식 출시한다. 동네병원 등에서 의뢰한 환자가 대형병원을 찾을 때 가져오는 방대한 의료 기록을 요약해주고 복잡한 건강보험 청구 작업 등을 돕는 서비스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이현훈 서울대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 교수(사진)는 26일 기자와 만나 “1년여간 3800만 건의 의료용 가명 정보 등을 학습시켜 최근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완성했다”며 “상반기 의무기록 작성을 돕는 초기 모델을 선보인 뒤 9월 정식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1월 헬스케어AI연구원을 열었다. 의료 현장에서 나온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사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연구원에서 AI 개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대형 대학병원은 모두 자체적으로 의료용 AI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환경에 맞는 한국형 AI 개발에 집중했다. 국내 환자의 가명 정보 등을 활용한 데이터셋을 구축해 학습을 시작한 게 지난해부터다. 이후 의료법과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 등을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이렇게 구축한 LLM으로 국내 의사국가고시 문제를 풀도록 했더니 정확도가 86.2%로 나왔다. 의사 평균(79.7%)보다 높다. 국내에서 개발한 LLM으로 의사보다 성적이 높게 나온 첫 사례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전체 평균 성적이 높아도 특정 파트 등에선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추가 연구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해 의사들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초기 버전 서비스를 상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지난 24일부터 다른 병원 연구진도 접속할 수 있도록 LLM을 개방했다”며 “병원 간 전원 시 의료기록을 요약해 알려주고 보험 청구 작업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부터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의료 분야에서 AI는 수술로봇 등과 결합해 자동화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도 AI 학습을 위해 디지털트윈처럼 실제 수술실과 같은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2~3년 안에 AI를 활용한 수술로봇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