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의료공백…코로나 때만큼 늘어난 사망자

1월 사망자 21.9% 늘어난 3만9473명

고령자 빠른 속도로 늘고
한파·폭설에 독감 전국 유행

"의료공백 장기화 영향으로
비수도권 사망자 평균 웃돌아"
한파에 독감이 전국으로 확산해 올해 1월 사망자가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고령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한 것도 사망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파에 독감 환자 사상 최대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사망자는 3만9473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1.9% 증가했다. 1월 사망자는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집중된 2022년 3월(4만4616명)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사망자 증가율은 1983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사망자가 불어난 주된 요인 중 하나는 고령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고령화 진전에 비례해 사망자는 2020년(30만4948명) 30만 명 선을 넘었다. 코로나19 막바지인 2022년에는 사망자가 37만2939명을 기록했다. 75세 이상 초고령자 비율이 10%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독 추운 올겨울 날씨도 사망률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올해 1월 평균 기온은 지난해보다 1.1도 낮았다. 강설일은 12일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인구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99.8명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 파업으로 지역별 사망률 격차 확대

정부 안팎에선 1월이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증가 폭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록적인 한파가 불어닥친 2018년 1월 사망자가 3만1550명을 기록하기 전까지 1월 사망자는 3만 명을 넘지 않았다. 이후로도 2023년 1월(3만2658명) 전까지는 2만 명대에 머물렀다.

상당수 전문가는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지역별 사망자 증가율 격차를 살펴보면 의료 공백으로 적기에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늘었다고 조심스럽게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15.9%) 인천(13.9%) 등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의 1월 사망자 증가율은 전국 평균 증가율(21.9%)을 크게 밑돈 반면 충북(34.7%)과 강원(27.0%) 등 비수도권 지역의 증가율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의 초과사망자(일정 기간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사망자)가 3136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 등을 감안하면 의료 공백이 1년 가까이 누적된 영향이 (사망자 증가율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의료 파업과 사망자 증가 간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김진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지난 3일 발표한 ‘2024년 전공의 파업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 논문에서 “지난해 3~12월 사망률은 의정 갈등 이전과 비교해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영효/김익환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