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비난 이제 그만하자" 고대 의대생들 목소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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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복귀 신청이 끝나지 않은 대학들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의대생 제적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의예과 학생회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장들이 입장문을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의예과 대표 5인은 공동성명을 통해 "1년 넘게 현 사태가 지속되며 리스트 작성 및 공유, 무분별한 마녀사냥, 서로에 대한 비난과 감시 등이 이어졌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책임은 개인의 몫이었으나 선택은 온전한 자유의지로 내릴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것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가 깊어질수록 지난 수십 년간 유지해온 학생 사회는 붕괴하고 사태 해결과 멀어질 것이다. 이제는 합리성과 이성으로 발전적인 방향성 구축을 위해 힘써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결정을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각자의 선택이 존중받고 어떤 결정에도 위축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자. 모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우들이 동료로서 존중받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장은 자신의 SNS에 "선배로서 큰 용기 내주신 고대 의대 학생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 교장은 "학생들이 얼마나 고민했을지를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말로는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단일대오 운운하며 학생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무책임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은 이제 서로를 두렵게 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이 땅의 의사가 되고자 했던 뜻을 꺾지 않도록 자유롭게 앞날을 선택하라"면서 "누구도 타인의 희생을 요구할 수 없으니 당당하게 할 말을 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전날 집단적 대규모 휴학에 동참하지 않거나 복귀한 의사들의 신상 정보 유포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메디스태프'에 대한 폐쇄 심의를 연다고 밝혔다. 메디스태프는 의사와 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의사 면허 또는 학생증 등을 통해 신분을 인증한 의사·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다.
방심위는 오늘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메디스태프에 대한 폐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방심위에 메디스태프에 대한 긴급 폐쇄 요청 공문을 보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0일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디스태프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바 있다. 경찰은 압수 수색 과정에서 메디스태프 측이 명예훼손 게시글을 파악했음에도 지우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거나 복귀한 의사들의 신상 정보 등이 메디스태프 게시판 등을 통해 유포된 사건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