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화 3세'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 인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화그룹은 원래 푸디스트라는 식자재 유통회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푸디스트는 2020년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팔렸고, 지난해 다시 사조그룹에 매각됐습니다.
한화그룹이 단체급식 사업을 다시 시작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김동관(조선·방산), 김동원(금융) 두 형에 이어 김동선 부사장(호텔·레저·푸드)의 승계 밑그림을 그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고 경기 둔화로 외식 부담이 커지면서 가성비 좋은 단체급식 수요가 커졌습니다. 영세업자들이 운영하던 식자재 유통도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단체급식 시장이 한화가 떠났던 5년 전과 다른 시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단체급식 사업은 불황일수록 더 주목받는다. 사람들이 외식을 줄이고 구내식당을 더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ESS 제공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같은 대형 단체급식 업체들은 최근 해외 진출에 나서는 등 규모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단체급식 시장은 영국의 컴패스그룹이나 SSP그룹, 미국 US푸드, 프랑스 소덱소 등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컴패스그룹은 2024 회계연도에 421억7600만달러(61조8004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최대 단체급식 업체입니다. 영업이익은 29억9800만달러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습니다. 참고로 국내 1위인 삼성웰스토리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3조1818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원을 넘겼습니다. 글로벌 음식 서비스 시장은 대략 3200억달러로 추정됩니다. 컴패스그룹의 비중이 15% 미만입니다.
미국에서 스포츠와 음식은 뗄 수 없는 관계다. NFL, MLB, NBA 등 많은 미국 프로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음식서비스를 맏는 '레비'는 컴패스그룹의 브랜드다. /레비 제공컴패스그룹은 세계 30여 개국에서 약 58만 명의 직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 컨벤션 센터, 학교, 스포츠 경기장, 호텔, 병원, 요양기관, 교도소, 군대, 오지까지 음식료 서비스가 필요한 거의 모든 장소에 맞춤형으로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각 서비스 형태에 맞는 수십 개의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차트웰스, SSC는 교육기관을 주로 맡고, 레비는 스포츠센터와 휴양시설, ESS는 군대와 광산, 석유 탐사시설 등 격오지 급식 서비스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ESS는 유엔과 계약을 맺고 수단, 동티모르, 라이베리아, 부룬디 등 유엔평화유지군이 활동하는 지역에 식사 보급을 맡았습니다. ESS는 미국 해병대, 영국 국방성 등과 계약하고 쿠웨이트와 이라크에서 병영 기지를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사내급식은 회사의 중요한 복지 중 하나다. /유레스트 제공플릭, 본아페티트, 레스토랑어소시에이츠(RA), 캔틴, 유레스트, ESFM 등의 브랜드는 기업 구내식당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유명합니다.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로는 메디레스트, 모리슨, 유니다인, 크로탈 등이 있습니다. 트라토리아 피자, 그랩앤드코 푸드투고, 몬도서브스 등 외식 브랜드도 운영합니다. 컴패스그룹의 사업은 단체급식을 넘어서 청소, 숙박 등 시설 운영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컴패스그룹은 다양한 분야별로 브랜드가 특화되어 있다. /컴패스그룹 제공컴패스그룹은 영국에 본사가 있지만 이제는 북미 사업이 그룹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룹의 북미 매출이 285억8100만달러(41조9283억원)로 전체의 67.8%를 차지합니다. 유럽매출이 98억8700만달러(14조4934억원, 23.4%), 아시아, 호주 등 나머지 지역이 37억800만달러(5조4356억원, 8.8%)입니다. 컴패스그룹의 성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미국 시장 진출도 1994년 캔틴코퍼레이션을 1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컴패스그룹의 주가는 28일 25.76파운드에 마감했습니다. 최근 1년간 14.34% 상승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컴패스그룹의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 강점을 오히려 부각합니다. 이 회사의 대량 구매로 인한 원가 경쟁력은 소규모 경쟁사들을 누르고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최근 부진에 빠진 호텔·외식 업종의 대안으로 컴패스그룹 주식을 추천했습니다. 불황에 더욱 강한 컴패스그룹이 경기 방어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목표주가는 30파운드를 제시했습니다. 반면 BNP 파리바는 최근 미래 실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투자 의견을 내렸습니다. 특히 미국 의료 부문의 고객 유지율이 감소하고 있어서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