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속 남겨진 반려견들…'목줄' 채워진 채 고립

동물보호단체, 26일 반려견 구조 영상 공개
산불 속 남겨진 반려견 모습. /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산불 속 남겨진 반려견 모습. /사진=위액트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산불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남 산청 마을에서 구조한 개들의 모습을 26일 공개했다.

단체는 "산불 발화 지점부터 수색을 시작해 인근 대피소를 찾아가 주민들에게 미처 대피하지 못한 동물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액트가 구조 현장을 담아 게재한 영상에는 빈 창고에 목줄이 채워져 홀로 남겨진 강아지의 모습이 담겼다.

위액트는 "수색 도중, 화마를 피하지 못한 한 아이를 발견했다"며 "집과 밭이 모두 타버린 폐허 속, 작은 고무 집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였다"고 전했다.

위액트에 따르면 원 보호자는 긴급한 상황 속 반려견의 목줄을 풀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액트는 "쇠 목줄에서는 그을린 숯덩이가 바스러진다. 아이를 품에 안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위액트는 다른 화재 현장에서도 목줄에 묶여 있는 반려견을 발견해 구조에 나섰다. 위액트는 "희미한 소리를 듣고 산속으로 발길을 옮겼다"며 "길은 이미 쓰러진 나무들로 막혀 있었고, 산 중턱 전신주에선 전깃줄이 타들어 가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걸어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어, 포복으로 그 길을 기어들어 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위액트가 구조 현장을 담아 게재한 다른 영상에서는 뿌연 연기 사이로 강아지 한 마리가 등장한다.

위액트는 "전깃줄이 녹아내리며 스파크가 튀기 시작해 바닥에 묶여 있던 목줄을 풀고 아이를 안고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왔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알렸다.

위액트는 "급박한 재난 상황 속에서도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긴급 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며 "부디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지켜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형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목줄에 묶이거나 축사에 갇힌 동물들이 피하지 못하고 죽는 일이 반복되면서 동물권 단체 '카라'도 화재 현장에서 목줄에 묶여 있는 등 방치된 반려견 등 동물 24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라는 지난 24일 "현장에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 줄에 묶인 채 화마에 노출된 만삭의 어미 개들, 불길에 화상을 입거나 달궈진 쇠 목줄에 목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개와 불길 앞에 속수무책 방치된 강아지를 구조했다"며 "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개와 닭들도 발견됐. 여전히 응급 재난 상황에서 동물들의 구조 활동은 사각지대에 있음이 확인된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