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과일 강자 테일러팜스 내년 상장
디저트 업체 M&A로 몸집 불릴 것
매출·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 도전”
증권가 목표주가 2600원 제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8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박철범 대표가 자몽농축액 음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현주 기자“일본, 중국 등 해외 식음료 시장 공략 강화로 수출 비중을 2배가량 높이겠습니다. M&A(인수협병)와 지분 투자로 몸집을 키워 종합식품사로 도약하겠습니다.”
박철범 흥국에프엔비 대표는 지난 4일 올해 사업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직접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었다. 흥국에프엔비는 식음료 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 코스닥 상장사(시가총액 711억원)로 초고압공정(HPP·High Pressure Processing)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비가열 처리 과일 농축액·스무디와 같은 음료 원액과 주스·커피·디저트·빙수 등 카페 음식 솔루션을 연구·개발 및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권순석 차장은 “초고압처리 공정은 수심 6만m와 동일한 초고압 환경에서 미생물을 제어해 비가열 처리로 향과 맛의 손실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2025 서울커피엑스포에 부스를 차린 흥국에프엔비 관계자들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스타벅스·폴바셋 등 1151곳과 거래 … “우리동네 카페 사장님 친구”
거래처로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폴바셋, 파스쿠찌,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공차, 메가커피, 바나프레소, 설빙, 요거프레소, 카페인중독, 뚜레쥬르, 아티제 등 1151곳(지난해 말 기준)이 있다. 사실상 ‘우리동네 카페 사장님 친구’와 같은 역할이다. 본사는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546에 있는데 삼성중앙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546에 있는 흥국에프엔비 본사. 윤현주 기자2008년 3월 25일 설립된 흥국에프엔비는 삼성동 본사에 기업부설연구소가 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하이텍산단로 116-23에 생산능력 1000억원 공장(대지 3000평)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 및 생산해 주요 프랜차이즈 및 카페 사업자들의 메뉴 제조용 원재료가 되는 제품을 만들어 외식·커피 프랜차이즈 및 밴더사에 제공한다. B2B(기업 간 거래) 매출이 대부분인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도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윤재우 팀장이 2025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음료를 홍보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국내 ‘호·레·카’ 납품 강자 … 박철범 대표 “테일러팜스 내년 상장 추진”
‘호·레·카’ 시장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국내 호텔·레스토랑·카페에서 이용되는 과일 농축액 시장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점유율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JW메리어트, 포시즌스, 안다즈, 그랜드하얏트, 콘래드, 롯데 등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 다양한 주스를 공급한다. 특히 2012년 출시한 자몽 농축액 1.5L의 경우 단일 제품으로 2023년 매출 100억원에 육박했다. 누적 판매는 1억잔이고 에이드뿐만 아니라 차, 라떼, 스무디 등에도 적용 가능한 원액이다.
신동건 전무가 콜드브루 커피베이스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박 대표는 “자회사 테일러팜스를 인수하며 2023년 첫 ‘1000억 클럽(매출 기준)’에 가입했다”며 “식음료 M&A를 통해 올해 두 자릿수 성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테일러팜스의 경우 인수 직전인 2020년 매출 183억원, 영업이익 21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264억원, 영업이익 27억원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021년 7월 7일 지분 75%를 225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지분 84.9%를 보유했다.
2025 서울커피엑스포에서 흥국에프엔비 관계자들이 커피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日 돈키호테 입점 … “디저트 업체 M&A 노릴 것”
이 회사는 미국 테일러 브라더스 팜스에서 푸룬(서양자두의 건자두) 등 원료를 공급받아 음료 및 건과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박 대표는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내년 테일러팜스 제2 도약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수출 국가는 홍콩, 몽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호주 등 13개국이다. 그는 “지난달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 260개 매장에 입점했다”며 “오는 6월엔 미국 최대 식품박람회 ‘팬시 푸드 쇼’에 참가해 현지 공략 계획을 꼼꼼히 세워 미국 진출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허정희 이사가 주요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테일러팜스의 딥워터(푸룬 주스)는 3년 연속 이너뷰티 분야 올리브영 어워즈를 수상(2020~2022년)했고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베스트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수출용 딥워터도 개발했고 틱톡과 타오바오 등 온라인몰 판매도 한창이다. 동남아에선 국가별 식품전시회에 참여해 현지 상황에 맞춘 판촉 계획을 수립해 영업 중이다. 국내에선 다이어트와 변비 해소로 3040 여성에게 인기몰이다.
최다현 대리가 테일러팜스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박 대표는 “우리가 지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이다”며 “제품군을 확대하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외 가성비 업체도 고객사로 확보해 B2B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들이 안 하는 제품, 남들이 못하는 기술로 식음료 선두가 될 것이다”며 ‘호레카’ 비밀병기도 언급했다. 그는 “카페의 경우 음료 맛도 중요하지만 눈과 입이 즐거운 디저트 시장도 커지고 있는 걸 몸소 느낀다”며 “디저트 업체 M&A 또는 지분 투자로 매출을 불리겠다”고 강조했다.
정미경 이사가 균질기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자체 브랜드 상품도 공격 영업한다. 12시간 이상 저온 추출해 커피 고유의 풍미를 살린 고품격 리얼 콜드브루 ‘콜드브루 커피베이스’와 로스팅 노하우를 담아 100% 아라비카 원두만을 선별해 생두 블렌딩부터 로스팅, 패킹까지 검증된 시설에서 직접 관리하고 생산하는 카페 원두 ‘커피빈스’가 해당한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도넛 전문 회사의 노하우가 담긴 고배합 제조 방식으로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오래가는 ‘필링굿 도넛’도 자랑거리다.
임이랑 과장이 출고 관리를 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아픈 손가락도 있다. 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감성과 맛을 집에서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브랜드 ‘오늘의일상’이 그렇다. ‘오늘의일상’은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 후 비가열 초고압 HPP 공법으로 원료 고유의 신선한 맛과 향을 진하게 담은 카페 음료 원액인데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키우려 했지만 지난해 매출(10억원) 부진으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 중이다.
이희철 차장이 회사 슬로건을 소개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윤현주 기자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 점포 수는 2020년 7만1233개에서 지난해 9만5564개로 34.16% 증가했다. 외식·커피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동네 카페, 레스토랑에 다양한 과일·채소 음료(에이드, 주스, 스무디 등)의 주원료를 제조해 공급하는 흥국에프엔비에겐 호재다.
이원석 전무가 올해 딥워터 수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
2년 연속 매출 1000억원 돌파 … “비과세 배당도 실시”
테일럼팜스 성장과 카페 시장 활황으로 흥국에프엔비 실적 또한 질주다. 2020년 매출 504억원, 영업이익 2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026억원, 영업이익 107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103.57%, 3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4.92%에서 10.47%로 상승했다.
고공행진하는 실적과 다르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772원으로 작년 고점(6월 19일 3055원) 대비 42% 빠졌다. 당시 주가 상승 이유는 무더위 수혜주로 부상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흥국에프엔비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주가 부양책을 묻자 “지난해 배당금을 2배 가까이 높였고(2023년 1주당 40원→지난해 70원) 오는 6월 비과세 중간배당(30원)도 계획 중이다”고 답했다. 올해 실적이 전년을 뛰어넘는다면 최소 1주당 70원의 비과세 배당도 진행하게 돼 1주당 100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현 주가 대비 5.6%의 수익률인 것이다.
이혜원 사원이 푸룬 음료를 배합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박 대표는 “실적이 좋아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며 “식품업계 M&A로 퀀텀점프를 하며 2030년 매출 3000억원 회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그만큼의 각오를 주주분들에게 약속드리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회사를 다섯 글자로 언급해달란 부탁에 ‘호레카솔프’라고 답했다. 호텔·레스토랑·카페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꿈꾸는 것이다.
이중석 마라토끼 셰프가 음식을 만들고 있다. 윤현주 기자총 주식 수는 4013만7827주로 오길영 대표(지분 48.11%) 외 특수관계인 5인이 지분 50.67%를 갖고 있다. 자사주 3.6%, 외국인 0.91%로 사실상 유통 물량은 약 45%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201억원, 유형자산 1068억원으로 재무상태도 양호하다.
신혜진 모닝듀에프엔비(글로벌 소싱 업체) 팀장이 구매 업무를 보고 있다. 윤현주 기자
부도 위기 넘긴 부산 사나이 … “한 우물만 파라”
박 대표의 지분이 1.43%에 그쳐 아내인 오 대표의 덕을 본 것이 아니냐는 속세의 시선도 있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박 대표가 2007년 흥국에프엔비를 법인 전환할 때 대만 파트너사와 문제로 아내인 오 대표를 대주주로 올려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박 대표는 오 대표와 함께 350억원대 주식 부자 부부다. “혹시 불안하지 않으시냐” 농담 섞인 질문을 던지니, “아내가 본인(오 대표)이 내 것(박 대표)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흥국에프엔비 자회사 나바 아시아(보디빌딩 피트니스 회사)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그는 부도 위기를 견딘 부산 사나이기도 하다.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 학사 졸업 후 1995년 건영건설 사원으로 입사해 첫 월급 68만원을 받았는데 부도가 나면서 1997년 일경물산으로 자리를 옮긴다. 같은 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에서 근무하는 오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하지만 일경물산도 경영 위기로 1999년 두산(외식사업부)에 가게 된다.
김주영 과장이 유기농착즙 푸룬주스 모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그는 “대기업이라 아버지는 좋아하셨지만, 저의 생각은 달랐다”며 “할 수 있는 일은 적고 회사의 부속품이 되는 느낌이 강해 2000년 퇴사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 전세보증금 중 약 1000만원을 자본금으로 해 흥국무역을 세웠다. 이후 7년간 손가락만 빨 정도로 생활비를 집에 못 갖다 줬지만, 교총에서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했던 오 대표 덕에 세 자녀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우물을 계속 판 덕에 2007년 첫 생활비를 월 300만원씩 고정적으로 줄 수 있었고 아내인 오 대표도 직장을 그만두고 흥국에프엔비 경영에 참여했다. 흥국무역은 버블티 등 식품을 주로 수입했다.
사명 때문에 일각선 흥국그룹 계열사로 오해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다. ‘나라를 융성하게 일으키자’는 興國이다. 또 트렌드에 부합된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 4년 전부터 ‘Hmade’를 시장에 알리고 있다. H는 Heartfelt(진심)와 Honest(정직), Hyungkuk(흥국에프엔비)의 앞글자를 따왔다.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엄선된 원료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안전하게 공급하고자 하는 박 대표의 경영 철학이 녹아있다.
권순석 차장이 리얼베이스 영암무화과 제품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부도 파고’서 살아남은 그는 청춘들에게 어떤 말이 하고 싶을까. 박 대표는 “한 우물을 계속 파야 전문가가 될 수 있고, 혼자서 그 우물에 있으면 함께 했던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며 1만시간의 법칙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고난과 역경이 와도 쓰러지지 말고 많은 훈련을 해야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5 서울커피엑스포에서 흥국에프엔비 관계자들이 빙수를 만들고 있다. 윤현주 기자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ARIS) 대표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흥국에프엔비의 경우 음료 매출 규모가 높은데, 음료 생산 공장 가동률이 매년 3~4% 정도 올라오고 있다”며 “지난해 가동률은 71%를 기록했고, 올여름은 일찍 시작하고 역대급 폭염 예고로 2~3분기 성수기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지윤 카페자몽 바리스타가 음료를 건네주고 있다. 윤현주 기자또 “매년 안정적인 실적과 함께 배당성향을 높여오면서 지난해 배당수익률 4.32%로 웬만한 시중은행 예·적금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매도가 재개된 상황에서 대차잔고 비중도 낮아 공매도 영향도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우경은 대리가 콜드브루 커피베이스 디카페인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윤현주 기자다만 “사업 다각화 노력에도 큰 도움이 되는 자회사가 테일러팜스를 제외하곤 안 보여 다른 자회사들의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음식료 및 음료 기업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2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현재 저평가 상태다”며 목표주가는 2600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46.73%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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