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인천 철근라인 첫 셧다운…핀치 내몰린 철강업계

1위 철근(봉강) 기업인 현대제철이 다음달부터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라인을 전면 셧다운한다. 건설 성수기인 3월에도 철근 가격이 손익분기점인 t당 70만원을 밑돌자,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철근 2~3위인 동국제강, 대한제강은 이달 중순부터 유통점에 아예 철근을 출하하지 않고 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급감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시황 악화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인천공장에서 철근을 생산하는 전기로 두 개와 관련 공정을 모두 닫는다. 이 회사는 그동안 정기보수 일정을 길게 늘리거나, 예정에 없던 특별보수를 실시하며 사실상 감산에 나섰다. 그러나 시황 둔화가 계속되자 이번엔 인위적으로 감산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이 국내 최대 철근 생산기지인 인천공장 철근라인을 한달간 끄는 건 가동 이후 처음이다.

다른 철근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국제강은 이날부터 31일까지 철근 출하를 중단하겠다고 유통 판매점에 고지했다. 4월에도 가격이 원하는 수준(t당 75만원 선)까지 올라오지 않으면, 출하 금지 방침을 고수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여름부터 야간 조업에 들어가며 인위적 감산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후에도 교대조 축소→추가 감산→판매 중단 등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철근 시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한제강은 앞서 지난 15일부터 철근을 판매하지 않고 있고, 한국특강은 지난 17일부터 철근을 출하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공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철근 기업들이 극약 처방을 꺼내든 건 철근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국내 시장에서 철근은 이달 t당 67만6000원(범용 제품인 SD400·10㎜ 기준)에 거래됐다. 2022년 3월엔 t당 110만6000원이었고, 작년 3월만 해도 76만8000원 선이었지만 고꾸라진 것이다. 철근 유통가격은 t당 70만~75만원이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이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 공장을 돌려봐야 손해만 쌓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철 가격, 전기료를 고려해봤을 때 70만원 중반대가 한계 원가”라며 “이런 상황에서 70만원 밑으로 빠지면 생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견 건설사들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철근 시장은 90%가 국산이어서 수입 철근의 영향이 다른 철강재보다 적다. 그러나 최근엔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저렴한 수입산 철근을 쓰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품질 검증을 받지 않은 철근도 수입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2023년 수주, 착공이 감소하면서 2025년까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건설 투자도 올해보다 2.1% 줄어드는 만큼 철근 수요가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