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콘서트홀만한 건물에 가스 가득…LNG사업 뛰어든 SK가스 [르포]

사진설명=SK가스·한국가스공사의 합작사 KET의 울산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내부. 성상훈 기자
사진설명=SK가스·한국가스공사의 합작사 KET의 울산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내부. 성상훈 기자
지난 25일 울산 북항을 향해 가는 버스에서 내리기도 전 거대한 원통형 건물 3개가 보인다. SK가스와 한국가스공사의 합작회사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들이다. 높이 54.7m, 지름 90.6m로 왠만한 건물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는 크기다. 건설 공사 중인 3번째 탱크 내부로 들어가보니, 니켈이 다량 함유된 특수강으로 내부 전면이 코팅 처리돼 있었다.

마치 콘서트홀처럼 넓고 둥근 이 공간에는 내년 4월부터는 LNG가 가득찬다. SK가스는 중동, 미국 등에서 액체 형태로 수송해온 LNG를 이곳에 저장해놨다가 기체로 변환한 후 울산내 수요처로 보낼 예정이다. 이현관 KET 건설관리팀장은 "울산 전력발전소나 HD현대중공업, 고려아연, 에쓰오일, 현대자동차,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등 LNG가 필요한 산업현장으로 운송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첫번째와 두번째 탱크는 지난해 11월 준공을 마치고 운영중이다.

탱크 3기의 총 저장용량은 64만5000㎘. 연간 360만t의 LNG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대한민국 LNG 전체 수요량의 약 6.8%에 해당한다. KET는 이미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추가 투자로 LNG 탱크를 6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LNG 수요의 약 13.7% 담당하게 된다. 윤병석 SK가스 대표는 "2025년은 40년간 LPG(액화석유가스) 사업을 하던 SK가스가 LNG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변신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미널 내에서 차로 5분거리에는 회사가 LNG 신규 대량 수요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LNG벙커링을 위한 급유 시설이 위치해 있다. LNG벙커링은 벙커링선에 LNG를 싣고 해상으로 나가 바다위에서 LNG선박에 주입하는 사업이다. 전세계적으로 LNG 선박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KET 울산 터미널의 LNG 처리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 KET LNG벙커링 시설. 성상훈 기자
울산 KET LNG벙커링 시설. 성상훈 기자
SK가스는 울산내에 100% 자회사 형태인 LNG·LPG 복합 전력발전소 울산GPS도 가지고 있다. KET에서 차로 10분거리에까지 연결된 가스관을 통해 LNG를 가져와 전력을 생산한다. 총 1조412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15만㎡(4만5000평) 크기의 부지에선 한창 울산시가 사용하는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연간 90만~100만t 규모의 LNG를 사용해 총 1.2GW(기가와트)의 전력을 만들어낸다. 원자력 발전소 1기에 준하는 전력생산량이다.

특이한 점은 국내 최초로 듀얼 발전이 가능한 발전소라는 것이다. 가스발전소는 가스를 고압으로 폭발시킬때 발생하는 힘으로 가스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데, 울산GPS는 LNG와 LPG를 다 사용할 수 있다. 조승호 울산GPS 대표는 "두 연료중 시장 가격이 더 낮은 가스를 선택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울산 GPS 전경. 성상훈 기자
회사는 KET와 울산GPS를 통해 올해 최대 2000억원까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SK가스가 기록한 영업이익(2872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KET와 울산GPS덕에 SK가스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추정치)도 4617억원으로 올라섰다. 윤 대표는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비철금속 등 각종 울산내 산업단지가 안정적인 수요처가 되고 있다는점에서 위치적으로 구조적 이점이 있다"며 "LNG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이므로 수요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