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복덩이 된다'…토허제 폭탄에 재개발 빌라로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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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지역 아파트 살 방법"…재개발 빌라에 문의 몰렸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4억~5억씩 '껑충'
"실거주 없이 5년 내 아파트 탈바꿈"
업계 "광범위 규제로 인한 풍선 효과"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는 소식에 한남4구역 매물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는데, 정작 매물이 없습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한남4구역은 이미 매물이 품귀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재개발 빌라까지 몰려든 영향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 전역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후 부동산 시장에서 재개발 빌라와 주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두고 시장에서 '집값 상승 보증수표'라는 반응마저 나오는 가운데, 규제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마련하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토허제에 아파트 매매 묶이자…'아파트 될 빌라' 문의 껑충
한남뉴타운이 위치한 용산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비아파트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부분 빌라와 주택인 한남뉴타운이 실거주를 피할 수 있는 투자처로 떠오른 이유다.다른 개업중개사도 "한남4구역은 올해 초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가격이 뛰었고, 이제는 매물이 없다"며 "한남5구역도 50평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이 50억원에 나왔다가 토지거래허가제 발표 이후 55억원으로 호가가 뛰었다"고 했다. 이 중개사는 "한남5구역 시공사가 정해지면 가격은 재차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남뉴타운 가운데에도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한남4·5구역에 시장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산구를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사업장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전매제한이 걸리는데, 두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관리처분인가까지 남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한남5구역은 내달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고 오는 5월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1, 2차 입찰에는 DL이앤씨만 참여했는데, 조합은 5월에도 DL이앤씨만 참여할 경우 수의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는 6월 사업시행계획 인가도 신청할 예정이다.
한남4·5구역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거래까지 증가하진 않았다. 보광동 개업중개사는 "거래 가능 기한이 여유로운 한남 4·5구역 문의가 많고, 가격도 오름세"라면서도 "아무래도 수십억원 수준의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시장이기에 단기 시세차익용 투자는 들어오기 어렵다. 거래도 활발하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작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이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한남동 개업중개사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하지 않느냐. 지금은 주택이지만, 사두면 수년 내 아파트가 될 곳"이라며 "토허제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없이 5년 내 서초구 아파트"…방배동도 들썩
자금 여유가 부족한 이들은 서초구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지만, 3년 이상 착공하지 못해 착공 전까지 거래가 풀린 방배13·14구역이 그 대상이다. 이들 사업장은 빠른 입주가 가능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도 적용되지 않는다.방배동 개업중개사는 "33평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이 24억원 수준으로 호가가 형성됐다"며 "연초 20억원 안팎이던 것들이 최근 3억~4억원씩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철거해 실거주 의무가 없다 보니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이번 규제로 문의가 더 늘었다"며 "상대적으로 사업이 느린 방배15구역까지도 매수세가 번지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 지역 주택은 진행 상황에 따라 5년, 길어도 7년 이내에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로 아파트 거래가 어려워진 만큼 대안으로 부상하며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바꿔 말하면 앞으로 가격이 오를 지역이라 정부가 짚어준 셈"이라며 "실거주하지 않으면서도 해당 지역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수요자가 더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풍선 효과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