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의선은 다 계획이 있었네…현대제철 美공장 어디에 [김우섭의 헤비리포트]

교통 요충지 루이지애나 도날드슨빌 낙점
복수 회사에 지분 투자 제의 받아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한 현대제철이 공장 부지를 루이지애나 도날드슨빌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 남동쪽에 있는 도날드슨빌은 미시시피강 수로 교통의 중심지로 강 건너편엔 미국 최대 철강회사인 뉴코어의 공장 등이 모여있는 산업단지다.

현대제철은 또 58억달러(8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 완성차 업체와 철강사 등 복수 업체와 지분 투자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류 효율, 전기료, 세제 고려

2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미국 공장은 루이지애나 도날드슨빌 내에 위치한 산업단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조지아와 텍사스 등을 후보지로 놓고 고심한 끝에 물류 효율과 값싼 전기료,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이곳을 택했다.

도날드슨빌은 미국에서 가장 긴 강인 미시시피강 하류에 위치한 도시다. 강을 통해 위로는 미국 북부 미네소타, 밑으로는 멕시코만까지 물류를 나를 수 있다. 바닷길로는 플로리다 해협을 지나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 서베너로 해상 운송이 가능하다. 내륙에 있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와 조지아주 엘라벨 공장 등은 철도와 트럭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루이지애나가 미국 천연가스 산업의 중심지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직접환원철(DRI)을 활용한 전기로 방식은 천연가스가 다량 필요하다. 철광석을 녹여 만드는 고로 방식과 달리 DRI는 고체 상태에서 산소를 제거해 철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환원가스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할 수 있다.
고로에서 철을 녹이기 위해 코크스가 필요한 것처럼 DRI는 천연가스가 필요한 것이다. 루이지애나는 미국 남부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이자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어 수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공장이 다수 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벤치마크인 헨리허브 역시 루이지애나를 거점으로 삼는다. 이밖에 산업용 설비·건축물에 대한 지방 재산세 10년간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다양하다.

○지분 투자도 논의


현대제철은 투자금 마련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총 투자금액 8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그룹과 현대제철이 마련할 예정이다. 나머지 자금은 지분 투자와 차입, 회사채 발행 등으로 충당한다. 유상증자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이미 열 곳 이상의 회사로부터 지분 투자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등 제품 수요처가 분명한 데다 현대제철의 기술력이 뛰어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DRI 기술을 활용한 전기로를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방식은 기존 고로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미국은 철강 제품 1t당 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고로 신설을 막고 있다. DRI 방식의 전기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고로의 절반 이하다.

전기로의 단점인 품질 문제도 DRI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기로는 분순물이 많아 고급 제품을 생산할 수 없지만 DRI 방식은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초고장력 강판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뉴코어와 스웨덴 SSAB 등이 이 방식을 사용해 고급 철강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미 시제품을 생산해 현대차와 유럽의 완성차 업체에 보내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섭/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