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개최 한 시간 넘게 지연…영풍·고려아연 '네탓 공방'

영풍, 상호주 관계 재형성 의혹 제기
고려아연, 의혹 일축…"데이터 확인 때문에 시간 지연"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찾은 고려아연 노조 및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찾은 고려아연 노조 및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28일 오전 9시 시작 계획이던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은 고려아연이 주총 개최를 고의로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앞선 정기 주총에서 상호주 순환출자고리를 끊자 고려아연 측이 다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이 제시한 자료를 확인하느라 늦어졌을 뿐 이 같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내부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상호주 외관을 다시 차출하기 위해 주주총회 개회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1시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1대 주주(MBK·영풍 연합)와 2대 주주(최윤범 회장 측) 간 대리인들이 정기주총 오전 9시 개회를 위해 사전 준비하고자 했으나 고려아연 측 대리인 미참 및 시스템 정비 등 각종 핑계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풍정밀 등 내부자로부터 페이퍼컴퍼니인 선메탈홀딩스(SMH)로 주식을 양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며 "정기주주총회 시작도 되기 전부터 파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주장에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관계를 재형성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상대(MBK·영풍)가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달라 이를 확인 하느라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은 전날 오후 늦게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식배당을 1주당 0.035주에서 1주당 0.04주로 수정 결의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낮췄다. 주식 배당 결의로 6만8805주의 신주가 발행됐다. SMH는 영풍의 정기주주총회 기준일(2024년 12월 31일) 당시 주주가 아니었으므로 배당을 받지 못했다.

현재는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상호주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MBK·영풍 연합은 이번 주식배당으로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면서 이 고리가 해제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법상 상호 지분을 10%를 초과 보유한 회사끼리는 서로의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 주식 배당으로 상호주 제한을 적용받지 않게 됐다는 취지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가 종결한 때부터 주식으로 배당받은 주주는 신주의 주주가 되기 때문에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