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주총서 또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 성공…MBK·영풍 "법적 대응"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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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28일 정기 주총 개최
최윤범 회장, 순환출자 부활로 영풍 의결권 제한…경영권 지켜
MBK파트너스 3명 이사회 진입
이사회 구성 최윤범 회장측 vs MBK측 '5대 1'→'11대 4' 재편

다만 MBK·영풍 연합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임시주총 전 진행됐던 순환출자의 불법 여부가 조사 중인데, 고려아연이 또 순환출자를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전날 내린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기각 결정에도 즉시 항고했다. 다만 주총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 등 MBK·영풍 연합 측 이사 3명이 이사회에 새로 진입하며 고려아연 경영에 한층 개입 여지를 넓혔다.
고려아연 "SMH, 영풍 지분 10.03% 보유…영풍 의결권 제한"
이날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 등 7개 안건을 처리했다.주총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계획보다 2시간30분가량 늦은 오전 11시30분께 시작됐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다시 영풍과 SMH의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연합 측이 제출한 데이터가 원본과 달라 이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주총 표결은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가운데 진행됐다. 정기 주총 시작과 함께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고려아연 자회사 SMH가 영풍 지분 10.03%를 보유해 영풍이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MBK·영풍 연합이 40.97%,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다. 그러나 이날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MBK·영풍 측 지분 영향력이 축소됐다.
이같은 선언에 MBK·영풍 연합 측이 즉각 반발하며 주총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MBK·영풍 연합을 지지하는 주주들은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의 법률 대리인은 "SMH가 영풍 주식을 매입한 경로, 매입 시점 등이 명확하지 않다. 영풍 측은 SMH의 영풍 주식 취득 소식을 통보받지 못했기에 상호주 적용에 따른 의결권 제한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주총 시작 전 주식 거래가 완료돼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고창현 고려아연 법률대리인은 “오전 8시 54분에 잔고 증명서를 발급했고, 영풍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관련 거래 내역서, 잔고 증명서를 주총 검사인에게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이사회 정원 상한이 없다는 점을 공략해 다수 이사를 선임하고 과반수를 차지한다는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한 정관 변경안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에 대한 선임안이 가결됐지만, 법원 판결로 무효가 돼 관련 안건이 이번 주총에 다시 상정됐다.
고려아연 추천 후보 5인, 전원 이사회 입성
이후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 8명을 선임했다. 표 대결을 통해 22명의 이사 후보 가운데 득표수를 기준 상위 8명이 이사회에 진입하는 구조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수에 선출하려는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주를 가진 주주는 5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총 5표(1주×5명)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투표 결과 최 회장 측 5명의 후보 가운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김보영 한양대 교수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5명이 모두 이사에 선임됐다. 한편 MBK·영풍 측은 17명 후보 가운데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등 3명만 선임됐다.
현재 이사회 멤버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총 4명의 MBK·영풍 연합 측 이사가 이사회에서 활동하게 됐다. 주총 직전까지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으로 '5대 1'이던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11대 4'로 바뀌었다. 다만 최 회장은 측 인사가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해 경영권을 방어하게 됐다.
이로써 최 회장은 일단 경영권을 방어해냈다. 하지만 임시 주총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MBK·영풍 연합은 이날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MBK·영풍 연합은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25% 의결권이 제한되며 정기 주총이 파행됐다"며 "최 회장은 회사의 재산을 아무렇지도 않단 듯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유용하며 주주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결권 제한으로 왜곡된 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항고와 효력 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으려 한다.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가 바로 서는 날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