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 같아서"…소방관 위해 요리 싸 들고 온 주민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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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볶음탕·어묵탕 등 직접 요리해와
소방관들에 무료 커피 제공 업체도

28일 소방본부에서 소방대원들을 위해 준비한 점심 메뉴는 소불고기와 두부 부침, 어묵볶음, 오이무침, 깍두기 등이었다. 하지만 이날 소방관들은 햄버거, 닭볶음탕, 컵라면 등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으며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소방관 A씨는 "여기는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관들의 집결지 중 하나"라며 "간식도 먹고 식사도 하고 차량에서 대기하다가 요청이 오면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방본부에서 준비한 공식 메뉴 외에도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다양한 음식이 테이블을 채웠다. 소방관들에게 닭볶음탕을 퍼주며 "부족하면 더 드세요"라고 권하던 한 자원봉사자 C씨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 가져왔다"며 "맛은 자신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어 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의성의 한 학교 조리원으로 일한다는 그는 "가까이에서 고생하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일 때문에 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맨손으로 소방관들이 식사 후 남긴 잔반을 처리하던 다른 자원봉사자도 "엄마 마음으로 하는 거지"라며 "젊은 소방관들이 얼마나 고생 많이 하나.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일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커피를 4000잔 정도 제공했고 소비자가로 하면 1000만원 정도 비용"이라며 "현장에서 일주일째 봉사하니까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매번 오셔서 감사하다'면서 도시락도 챙겨주셨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이처럼 지난 22일 의성에서 산불이 발생한 직후 지역의 여러 자선 단체들과 주민들의 구호 손길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달로 짜장면을 시켜주는가 하면 사과 등 각종 과일을 몇 박스씩 보내주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일이 없을 때 봉사하러 다니곤 하는데 이번에 자원봉사자들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나도 봉사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라며 "끝까지 잘 지원해 임무 수행에 차질 없도록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의성=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