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여행’ 시작한 통영...진은숙 “자기자신 새로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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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의 여행' 주제로 통영국제음악제“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여러가지로 불안한 상황에서 여러분 각자가 많은 걸 견디셔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최소한 이번 음악제에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여러분 각자가 자신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 자기자신을 새로 찾아갔으면 합니다.”
28일 개막해 내달 6일까지...임윤찬·페란데스 상주
진은숙 예술감독 "축제 악단만의 역동성 주목"
"국경 없이 연주자 불러 국경 없는 음악 준비"

‘임윤찬 효과’...티켓 수익 지난해 이미 웃돌아
올해 음악제는 지난해보다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공연 개막 전부터 티켓 판매 수익이 지난해 공연 수준을 뛰어넘었다. 개막 공연 티켓은 1분만에 매진됐다. 상주 음악가로 참여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협연하게 되면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이 공연을 두고 예매 경쟁이 벌어져서다. 30일 예정인 임윤찬 리사이틀의 티켓도 58초만에 모두 팔렸다. ‘임윤찬 효과’는 다른 공연으로 이어졌다. 김소현 TIMF 예술사업본부장은 “(임윤찬 공연을) 보러오시는 분들이 다른 공연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공연의 티켓이 고루 잘 팔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첼리스트인 파블로 페란데스도 임윤찬과 함께 상주 음악가로 활약한다. 진 감독이 수년 전부터 눈여겨보고 섭외를 거듭 시도했던 인물이다. 진 감독은 “페란데스는 한 달째 아시아 투어를 하는 중 통영에 도착하게 돼 이번 공연에서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유일한 해외 연주자일 것”이라며 “이번엔 일정이 안 돼서 하고 싶었던 공연들을 다 짜놓진 못 했는데 다음엔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이상 타계 30주년, 불레즈 탄생 100주년 기념한다
올해는 통영에서 나고 자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타계 30주년이다. 임윤찬은 개막 공연에서 ‘윤이상: 서곡’으로 이번 축제의 막을 연다. 29일엔 대만의 현대 음악 악단인 웨이우잉 현대음악 앙상블이 윤이상을 기리는 공연을 한다. 진 감독은 “올해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의 탄생 100주년이기도 하다”며 “프랑스 파리의 앙상블 앵테르콩탱프랭을 불러 불레즈의 곡도 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악단은 다음 달 5일 불레즈의 곡인 ‘삽입절에’를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산불 우려에 프린지 연기...“아시아로 관객 저변 넓어져”
진 감독은 남부지방에서 일고 있는 산불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산불로 인해 축제를 벌이는 게 맞는 것인가를 질문해왔지만 (공연을) 안 할 경우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파생될 수 있어 겸허한 마음으로 음악제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부속행사로 진행되는 통영프린지의 2주차 공연은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통영프린지는 팝, 록, 재즈, 힙합, 포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티스트 82개팀이 통영항을 비롯한 지역 명소에서 선보이는 야외 공연이다. 지난 22일 1주차 공연을 시작했다. 이번 28~30일이 2주차다. 김 본부장은 “2주차 공연에서 흥겨운 무대들이 준비가 돼 있었는데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음악제와는 별개의 기간으로 다시 잡아 공연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감독의 예술감독 임기는 5년간으로 내년이 마지막이다. TIMF가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자를 섭외할 수 있게 된 데엔 2022년부터 활약해 온 그의 공이 크다. 다만 이 음악제를 찾는 관객들은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다. 국제음악제란 이름에 걸맞게 이 축제가 더 커져야한다고 보는 팬들이 나오는 이유다. 진 감독은 “광고를 크게 해 많은 청중을 모으자는 이야기를 간혹 듣지만 전 입장이 다르다”며 “청중을 모으기 위해선 음악, 라인업의 중요성과 무게감에 집중해야 하고, ‘얼마만큼 성심성의껏 준비했느냐’가 관객에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음악제란 “국경 없는 음악을 선사하고 연주자 섭외에서도 국경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통영=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