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지켰지만…MBK는 반격 준비

영풍 지분 의결권 행사 막아
최회장측 신규이사 6명 선임
MBK "주총 무효소송 낼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경영권을 지켰다. 하지만 MBK 측이 주총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최 회장 측보다 지분율도 높은 만큼 경영권 분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주총에서 전체 이사 수를 19명으로 묶고, 신규 이사 중 6명을 최 회장 측 인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상법에 있는 ‘상호주 제한’ 규정을 이용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막은 덕이었다. 영풍을 뺀 나머지 MBK·영풍 보유 지분 15.83%는 최 회장 측 지분율(30%)의 절반밖에 안 된다.

상법은 10%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기업끼리 순환출자 관계가 형성되면 상호주로 규정해 의결권을 제한한다. 최 회장 측은 이날 고려아연 자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주식 1350주를 추가 매입하도록 해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렸다. 영풍이 전날 주식배당으로 SMH의 영풍 지분율을 9.96%로 낮춘 데 대한 대응 조치였다. 결국 ‘영풍→고려아연(25.42%)→SMH(100%)→영풍(10.03%)’의 순환출자 고리가 유지됐다.

하지만 다음 주총부터는 MBK·영풍 연합은 보유 지분 41.25%에 대한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유한회사 YPC로 넘기는 식으로 상호주 제한 규정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선 작년 말 기준으로 주주명부가 폐쇄된 탓에 의결권 제한을 피하지 못했다.

이사 수 상한 안건이 통과되면서 MBK·영풍 측이 이사 4명을 추가 선임해도 과반을 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관에서 이사 상한 규정을 없애려면 3분의 2가 넘는 지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사 해임 역시 3분의 2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MBK·영풍으로서는 기존 이사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표 대결을 벌여 자기 사람을 넣는 수밖에 없다. 이 방식으로는 이사회 장악에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변수는 앞으로 벌어질 법적 다툼이다. MBK·영풍 측은 SMH의 주식 매입 과정에서 제기된 내부자 거래 의혹을 근거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 측은 이날 “주총 효력 정지 소송 등을 통해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 대비 8.82%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만큼 지분 매입 경쟁이 시들해질 것이란 관측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