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헬기…산불과 싸운 149시간의 흔적

28일, 경북 지역 주불 진화 마쳐
149시간 화마와 싸운 산림청 헬기/사진=유지희 기자
149시간 화마와 싸운 산림청 헬기/사진=유지희 기자
149시간.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영덕, 영양 등 북동부 5개 시·군으로 번진 대형 산불이 긴 사투 끝에 28일 주불 진화를 마쳤다.

불길과의 전쟁터에서 가장 치열하게 움직인 건 하늘 위 초대형 산불 진화 헬기였다. 산림청 소속 카모프(KA-32T)는 수십 차례 강풍과 고열을 뚫고 비행하며, 3100리터(L)의 물을 싣고 불길을 향해 정밀 투하를 반복했다.

작전 종료 후 착륙한 헬기의 외형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프로펠러 주변과 하부는 열기에 의해 변색했고, 기체 표면 곳곳에는 고온 속 반복된 진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순항속도 시속 230km, 4400마력의 출력을 바탕으로 수십 차례 위험지대를 돌파한 결과였다.

카모프는 러시아 크메르타우사에서 제작한 다목적 헬기로, 대형 산불 진화와 인명 구조를 주목적으로 설계된 기종이다.

최대 탑승 인원은 18명, 인양 능력 5000kg, 항속거리 575km 등 구조와 진화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추고 있다.
149시간 화마와 싸운 산림청 헬기/영상=유지희 기자
149시간 화마와 싸운 산림청 헬기/영상=유지희 기자
지난 22일 오전 11시25분께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이후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산불은 초속 1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태풍급 속도로 확산하며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불길은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156개 면적에 달하는 국토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영덕과 영양을 끝으로 5개 시·군에서 산불 주불이 모두 진화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초속 20m의 바람에도 정확한 물 투하와 안정적인 고정 비행이 가능한 고성능 헬기의 활약이 대형 산불 확산 저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의성=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