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PB 탄생 주역은 '기획자형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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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너도나도 조직 강화유통회사들이 내놓는 자체브랜드(PB) 상품 경쟁력은 철저하게 상품기획자(MD)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 MD는 상품 기획부터 협력사 선정, 가격 협상까지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과거에 MD는 제조회사에서 기성 상품을 사들이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소비 트렌드를 파악해 그에 걸맞은 상품을 기획하는 권한까지 쥐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MD 조직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트렌드 분석·협력사 선정까지
단기간에 차별화된 상품 개발
28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최근 패션·뷰티 PB 전담팀을 신설했다. 패션·뷰티 PB팀에 부여된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지식재산권(IP) 협업 상품 개발이다. 이날 출시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인기 구단 협업 패션 제품이 패션·뷰티 PB팀의 작품이다. 다음달에는 티셔츠와 양말 PB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굳이 입어볼 필요가 없는 기본적인 패션 상품군을 중심으로 패션·뷰티 부문에서 자체 브랜드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뿐만 아니다. CU와 GS25도 PB 개발을 위한 MD 조직을 별도로 구성했다. CU는 상품본부 산하에 전략MD팀을 신설하고 매월 독점적으로 선보일 PB 상품을 발굴한다. CU 관계자는 “전략MD팀은 PB 상품 개발과 운영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는 조직”이라며 “흩어져 있던 MD 조직을 통합해 상품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GS25도 지난해 PB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팀을 구성하고 담당 MD 인력을 배치했다. MD 역량 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식자재 특징, 국내외 소비 트렌드 등을 주제로 전문 교육까지 한다. 또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통해 기획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 3주 이내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했다. 통상적으로 기획부터 개발, 운영까지 12주가량 걸리던 것을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대형마트도 MD 조직 확대에 열심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식품PB개발팀’을 1팀과 2팀으로 나누면서 전문 MD 인력을 보강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 경쟁력을 위해 임원급 조직까지 신설하는 등 조직을 크게 확대했다”며 “수십 개에 이르던 브랜드를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만 남겨두고 모두 없애는 등 권한을 과감하게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