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시진핑 '피의 숙청'…軍 서열 3위도 위태

시진핑, 비리 척결 속도 높여
中 군부 고위급 줄줄이 실각
'반부패 총괄' 간부도 명단 올라
중국 군부 고위 인사들의 낙마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군 내부 반부패를 총괄해온 탕융 중장과 군 서열 3위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2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탕 중장은 26일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직에서 갑자기 해임됐다. 공식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군 내부에서 정협 위원직 박탈은 사실상 비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중앙군사위 징계감찰위원회 부서기로, 군 내부 반부패를 총괄하던 인물이다. 과거에는 난징군구 군사법원 부원장, 무장경찰 정치위원, 중앙군사위 정치법률위 간부 등을 거치며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신뢰를 받았다. 이번에 그가 조사 대상으로 전환되면 반부패 감찰 기구마저 숙청 대상이 됐다는 의미여서 군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허웨이둥 부주석에 대한 부패 조사설도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타임스 등은 그가 부패 혐의로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허 부주석은 이달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이후 공식 석상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

허 부주석이 실제 조사받고 있다면, 1989년 자오쯔양 당시 군사위 부주석이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실각한 이후 30여 년 만에 최고위 현직 군 지도부 인사가 수사받는 사례가 된다. 중국 국방부는 허 부주석의 구금 여부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만 밝혔다.

군부를 겨냥한 시 주석의 반(反)부패 캠페인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리상푸·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먀오화 정치공작부장, 로켓군 핵심 인사가 잇달아 낙마했다. 군의 충성심을 확보하는 동시에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고강도 숙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드루 톰슨 싱가포르 라자라트남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은 고위 장성이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며 “직접 발탁한 인물조차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달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인 인민해방군 및 무장경찰부대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부패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해결하기 위해 건전하고 효과적인 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도 부패 숙청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군 비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미 국방부는 ‘2024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군은 무인항공체계의 현대화와 현지화 측면에서 미국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중국군 고위 지도부의 만연한 부패는 군 현대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서부 사막지대에 배치된 미사일의 액체연료통에 연료가 아니라 물이 채워져 있었던 사례, 격납고 뚜껑이 열리지 않아 미사일이 제대로 발사되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딘 청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고문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예산이 중국 경제 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많은 돈이 새고 있다”며 “그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기를 바라는 경고 메시지가 최근 부패 조사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